법원 “국내 첫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제한은 위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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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병원, 제주도 상대 1심 승소
재판부 “道, 진료 제한 근거 없어”
道 “판결문 검토뒤 항소여부 결정”

녹지국제병원. 동아DB
녹지국제병원. 동아DB
국내 첫 영리병원에 대해 제주도가 내린 ‘내국인 진료 제한’ 조치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5일 녹지국제병원을 건립한 중국 뤼디(綠地)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이 병원은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으로 추진되다가 중단된 상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진료 대상을 제한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가 없고, 제주특별법 및 조례가 정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녹지제주 측은 2017년 제주헬스케어타운 안에 녹지국제병원을 짓고 제주도에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공공의료체계 붕괴 우려를 이유로 2018년 12월 진료 대상을 외국인으로 제한한다는 조건을 달아 허가를 내줬다.

내국인 진료 제한 조치에 반발한 녹지제주 측이 의료법상 개원 시한(90일)인 2019년 3월 4일이 넘도록 병원 문을 열지 않자 제주도는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녹지제주 측은 조건부 허가의 적법성을 다투는 이번 소송과 제주도의 병원 허가 취소 처분을 무효화해 달라는 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허가 취소 무효화 소송의 경우 녹지제주 측이 올 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조건부 허가의 적법성을 다툰 이번 소송에서 녹지제주 측은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 것은 제주도가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고, 설사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측은 “영리병원은 사상 초유의 특별의료기관으로 제주도특별법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허가 권한을 위임받은 제주도가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맞섰지만 재판부는 녹지제주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도 측은 이날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녹지제주가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다고 해도 바로 영리병원을 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녹지제주 측이 녹지국제병원 지분 가운데 75%를 지난해 말 우리들리조트 자회사 디아나서울에 넘기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지분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 영리병원 개설에 필요한 ‘외국인 투자 지분 50% 이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영리병원 허가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이날 판결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5일 입장문을 내고 “영리병원 도입을 부추기는 법원 판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영리병원은 의료를 이윤 창출의 도구로 전락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녹지병원#국내 첫 영리병원#내국인 진료 제한#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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