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주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 제한’ 허가조건은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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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5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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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 News1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 News1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을 허가할 때 내건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5일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녹지 측은 제주헬스케어타운 부지에 800억 원을 투자해 녹지병원을 건립하고 2017년 8월 제주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국내 첫 영리병원 개원’ 논란이 이어지자, 제주도는 2018년 12월 녹지에 진료 대상을 외국인 의료 관광객으로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이에 반발한 녹지는 2019년 2월 내국인 진료 제한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본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녹지 측은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이 법령에 근거가 없어 위법할 뿐 아니라,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해 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신뢰보호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해당 조건으로 내국인 진료가 제한될 경우 경제성이 떨어져 병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데다, 내국인 진료 거부를 금지하는 의료법 위반에 따라 형사처벌 등의 불이익까지 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는 이미 녹지 측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제주도지사의 경우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에 따라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맞섰다. 또 녹지가 조건부 개설 허가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병원 문을 열지 않자, 의료법 규정을 들어 2019년 4월 청문 절차를 거쳐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재판부는 3년 2개월에 걸친 심리 끝에 “피고가 원고에게 제시한 이 사건 조건을 취소한다”며 녹지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녹지 측은 이번 소송과 별개로 2020년 11월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는 지난 1월 최종 승소했다. 의료법상 개원 시한인 허가일로부터 3개월 안에 개원하지는 않았지만 허가 조건 변경과 인력 상황 변동으로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업무를 시작하지 않은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취지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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