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인 왜 눈물 흘려야 하나” “혼자만 안전해 죄책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8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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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우크라 교민 등 70여명 집회

우크라이나 현지 시각으로 28일 오전, 김평원 씨의 동네에서 같이 살던 우크라이나인 친구가 촬영한 우크라이나 키예프 외각 지역의 폭격 직후 영상.

28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재한 우크라인 대학생들과 시민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손 피켓을 들고 전쟁 반대 등을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8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재한 우크라인 대학생들과 시민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손 피켓을 들고 전쟁 반대 등을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우크라이나에 남은 교민들과 현지 직원들의 생사가 가장 걱정입니다.”

우크라이나 교민 김평원 씨(60)는 28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기자회견 이후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1991년부터 우크라이나를 ‘제2의 고국’ 삼아 살다가 이달 17일 전쟁 위험이 고조되면서 급히 귀국했다.

김 씨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목숨을 겨냥해 공격을 퍼붓고 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징집된 우크라이나인 아버지와 헤어지며 오열하는 딸의 사진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무엇이 이들이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 김베드로 씨(24)는 친지와 친구들이 전쟁을 겪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 ‘이모’라고 부를 만큼 가깝게 지냈던 교민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고, 우크라이나 친구들은 사흘 밤낮 운전을 해 폴란드로 탈출하려다 차가 막혀 결국 국경을 넘지 못했다”며 “혼자만 안전하게 있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우크라이나 교민 30여 명을 포함해 70여 명이 참여했다. 키예프에서 10년 넘게 살다가 15일 부인과 아들을 데리고 급히 귀국한 김모 씨(56)는 급박했던 탈출 상황을 돌이켰다. 김 씨는 “침공이 임박한 탓에 항공편이 취소돼 귀국 자체가 어려웠다”며 “하루 만에 짐을 싸서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했다.

21일 귀국한 우크라이나 교민 김종홍 씨(48)는 조만간 우크라이나 인근 국가에서 탈출한 우크라이나인들을 도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2, 3개월 안에 우크라이나 인접 국가인 몰도바로 가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시민들도 전쟁 반대에 목소리를 보탰다. 직장인 위모 씨(30)는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시민의 도리라 생각했다”며 “사태가 빨리 진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28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재한 우크라인 대학생들과 시민단체 등이 전쟁 반대 다이인(Die-in)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8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재한 우크라인 대학생들과 시민단체 등이 전쟁 반대 다이인(Die-in)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참가자들은 “평화가 길이다”, “전쟁에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우리말과 러시아어로 번갈아 외쳤다. ‘전쟁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단체로 뒤로 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도 벌였다. 교민들은 소셜네크워트서비스(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현지 피난민을 돕는 비정부기구(NGO)의 모금 홈페이지를 알리는 등 모금에 나섰다.

외교부에 따르면 27일 기준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교민은 46명이다. 이 가운데 6명은 이웃 나라로 출국하기 위해 국경 지역으로 이동 중이며, 9명도 추후 우크라이나를 떠날 예정이다. 나머지 31명은 개인사정 등을 고려해 현지에 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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