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딸, 대장동 아파트·성과급 이어 대여금 11억 받아…총 25억 혜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7일 20시 10분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경기 성남시 대장동 민간개발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근무 중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 박모 씨가 최근 3년간 회사로부터 11억 원의 거액을 빌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성과급과 대장동 아파트 분양 등을 합칠 경우 최대 25억 원의 특혜를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검찰은 이 같은 박 전 특검 측과 화천대유 간 수상한 관계를 수개월 전 포착하고도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화천대유에 근무한 아들이 퇴직금 등 명목으로 박 전 특검의 딸과 비슷한 25억 원(세전 50억 원)을 받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4일 검찰에 구속된 것과도 대비된다는 것이다.
● 단기대여금 11억 원 朴 측 “정상 대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화천대유가 박 씨에게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5차례에 걸쳐 11억 원을 지급한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천대유는 박 씨에게 단기대여금 명목으로 11억 원을 건네면서 연이율 4.6%에 3년 기한의 차용증을 작성했다고 한다.

박 씨는 이밖에도 2020년 6월 성과급 및 퇴직금 등 명목으로 향후 퇴직 시점에 5억여 원을 받기로 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화천대유 회사 보유분이던 대장동 아파트 1채(전용면적 84㎡)를 시세 대신 2018년 12월 일반분양 당시 가격인 6억~7억 원 가량에 분양받았다. 현재 대장동의 같은 면적대 아파트 시세가 15억 원 가량인 만큼 8억~9억 원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 씨가 화천대유로부터 받는 특혜는 최대 2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씨는 2016년 6월 화천대유에 입사했는데, 지난해 9월 특혜 의혹이 불거진 직후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 측은 7일 입장문을 내고 “화천대유에 5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가정 상의 필요 등에 따라 회사로부터 차용증을 작성하고, 정상적으로 대출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다른 직원들도 같은 절차로 대출 받았고, 박 전 특검 딸의 경우 아직 기일이 도래하지 않았으나 일부를 변제했고, 향후 남은 대출금을 변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연봉이 6000만 원 가량으로 알려진 직원에게 10억 원 넘는 돈을 선뜻 빌려주는 회사는 드물다”며 “박 전 특검과 화천대유 간 대가성 거래 의혹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화천대유 다른 직원들이 회사에서 빌린 돈은 1억~2억 원 수준으로 박 전 특검 딸과 같은 거액 대출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 檢, 수개 월 전 자금흐름 포착하고도 수사 더뎌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건물에 새겨진 로고. 2019.9.19/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건물에 새겨진 로고. 2019.9.19/뉴스1


검찰 안팎에서는 박 전 특검이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부터 화천대유 측과 거액의 자금 거래에 연루됐던 점을 감안해 딸 박 씨에게 건네진 특혜성 수익의 성격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직후인 2015년 4월 인척인 분양대행업체 A사 대표 이모 씨로부터 5억 원을 자신의 계좌로 건네받고, 이를 다시 화천대유 측에 이체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였던 지난해 10월부터 광범위한 계좌 추적 등을 통해 화천대유와 박 전 특검 딸 간의 자금 거래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특검의 딸이 차용증을 작성해둔 데다 대가성 입증이 어려워 수사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7일자 인사를 통해 대장동 전담수사팀 규모를 기존 25명에서 20명으로 축소했다. 평검사 인사 등에 따라 일부 수사팀이 교체됐는데, 팀장인 김태훈 4차장검사와 수사 총괄인 정용환 반부패강력수사1부장, 유진승 경제범죄형사부장 등은 기존 수사 및 공소유지를 계속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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