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광주 아파트 붕괴, 콘크리트 타설 등 부실시공 가능성”

  • 뉴스1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2022.1.11/뉴스1 © News1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2022.1.11/뉴스1 © News1
광주 서구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정부는 구조 작업을 위한 현장 안전 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겨울철에 콘크리트를 충분히 굳히지 않는 등 부실 시공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12일 국토교통부와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정부는 광주 서구 아파트 붕괴 현장에 전문가들을 파견해 사고 발생 이틀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광주 서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아파트 건물 23~38층의 16개층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1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작업자 6명은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정부는 현재 사고 수습 및 구조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보다 본격적인 원인 조사는 구조가 끝나면 진행될 전망이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실종된 분들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구조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 전에 추가 붕괴 가능성 등 현장에 진입해도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은 보다 자세한 조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콘크리트 양생 과정이 부실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상적인 공사 과정을 거쳤다면 16개 층이 한번에 무너질 확률은 낮다는 이유에서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은 “콘크리트는 타설 이후 급격히 굳어지다 28일이 지나면 강도가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며 “16개 층이 한 번에 무너졌다는 건 전문가로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건축물에서 콘크리트 양생은 통상 7일마다 한 층씩 올리며 시공된다. 무너진 16개 층 가운데 상당수는 충분한 강도가 발현될 시간이 있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시공 과정에서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부실 시공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수분 증발이 안되는 만큼 열을 가해야 하는데 이같은 과정이 미비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겨울에는 특히 보온 상태를 잘 유지하고 타설해야 적절한 강도가 발현된다”며 “크게 추워진 상황에서 온도 변화에 따른 콘크리트 타설이 잘 지켜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부실 시공에 더해 바람의 영향과 철근 불량 등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형준 전 학장은 이어 “사고 당일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불었다고 하는데 건물을 높이 지으면 코너에 하중이 집중된다”며 “강도가 제대로 발현 안 된 상태에서 코너 부위에 하중이 집중 작용돼 무너지지 않았나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창식 교수는 “콘크리트 강도가 충분히 발현되지 않으면 철근이 대부분의 힘을 받게 된다”며 “설계 당시 철근이 충분히 힘을 받을 수 있도록 보강됐는지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고 발생일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광주 동구 철거현장 붕괴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이 통과하기도 했다.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도 또 다시 참사가 발생한 셈이다.

안형준 전 학장은 “공사 책임자 뿐 아니라 콘크리트 강도가 발현되지 않았을 때 이를 확인해야 하는 안전관리책임자나 이를 보고받는 감리자, 감리 일지를 제출받는 관할 구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건설회사 뿐 아니라 안전 관리 시스템 전반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