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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사회

“우리도 사람인데 희생만 강요”…의료진 ‘울분’

입력 2021-12-30 15:16업데이트 2021-12-3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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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력 부족, 피로도 누적이 (코로나19 환자 배정 거부 시)부적절한 사유라니…”
“의사, 간호사들은 힘들어도 쉬지 말고 일해야 하고, 병원이 여력이 없음에도 어떻게든 일을 해야 한다는 건가요. 의료진을 인간으로 보긴 하는 건지 의구심이 듭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열흘째 천명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의료현장에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지칠대로 지친 의료진에게 정부가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울분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30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1145명으로 열흘째 천명대로 집계됐다. 행정명령 등에 따른 추가 병상 확보로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전날보다 10%포인트 떨어진 68.8%, 전국 가동률은 67.4%를 보였다. 하지만 전날 30명대까지 내려갔던 사망자 수는 다시 치솟아 하루새 7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의료현장에서는 병상만 늘어났을 뿐 의료인력은 충원되지 않아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인력 기준 준수·의료인력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정부는 병상 확보 명령을 내리면서 인력 충원에 대해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면서 “인력 확충 없이 환자가 밀려들어오는데 병상만 늘어나 현장에선 인력을 갈아넣고 버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간호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해 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서울의료원은 높은 업무 강도로 지난달 기준 올해 퇴사한 의료진 207명 중 간호사는 183명으로 무려 88%에 달했다. 지역 의료원 등 인력이 한계에 달한 현장에서는 일반병동 간호사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동원하는 등 돌려막기가 횡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중환자실을 운영 중인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지부 이혜련 지부장은 “코로나19 중환자실을 마련하라는 행정명령을 지키기 위해 직원은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며 “중환자실 간호사 인력이 부족해 훈련되지 않은 간호사들이 인원을 채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보라매병원의 한 병동은 경력 3개월 미만 인력이 전체 간호사(30명) 중 12명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중환자실은 고도의 의료지식과 첨단 의료장비를 이용해 환자를 치료하는 곳인데, 의료인력 부족으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는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연주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여의도성모병원 내과 3년차)는 ”기존 인력의 사직이 이어지면서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중증환자를 돌볼 의사, 간호사 등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중등증에서 중증으로 빠르게 악화하는 환자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불가능한 상황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의료인력 부족 및 피로도’를 코로나19 환자 배정 거부 시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의료진의 사기 저하를 부추기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내과 전문의는 ”생명을 다투는 중환자가 적기에 제대로 치료를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의료자원은 인력인데, 피로 누적으로 발생하는 의료사고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지난 29일 발표한 ‘코로나19 환자 배정 거부 치료 병상 관리방안’에 따르면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 부족·피로도 누적’도 ‘환자 배정 거부 시 불인정 사유’에 포함됐다.

의료현장에선 2년 가까이 지속된 코로나19로 의료진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적절한 보상과 인력지원이 시급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코로나 진료 지원을 희망하는 신규 군의관, 공중보건의, 공보의(내과 계열 전문의)를 중환자 진료 병원에 배치하고 교육 중인 중증 환자 전담 간호사(약 250명)를 교육이 끝나는대로 바로 중환자실에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환자 입원·치료병상에 근무하는 의료인 약 2만 명에게 감염관리수당도 지급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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