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유한기 사망…檢 윗선 수사 차질 불가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0일 20시 54분


코멘트
유한기 경기 포천도시공사 사장. 뉴스1
유한기 경기 포천도시공사 사장. 뉴스1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데는 검찰이 9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전 본부장은 1일과 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올 10월과 11월에도 검찰과 경찰에서 각각 한차례 씩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검경의 수사망이 점점 자신을 향해 좁혀오고 14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자 심리적 부담이 커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檢, 사망 사흘 전 유 전 본부장 조사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1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찰이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1.12.10/뉴스1 © News1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1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찰이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1.12.10/뉴스1 © News1

유 전 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사흘 전인 7일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불러 천화동인 4, 5호를 각각 소유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2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7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2014년 8월 서울 한 호텔에서 2억 원을 건넸다”는 정 회계사의 진술을 제시하며 당시 상황을 추궁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이 환경영향평가에서 개발이 제한되는 ‘1등급 권역’으로 대장동 부지가 지정되지 않도록 돕는 대가로 2억 원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2억 원을 받은 적이 없고, 환경영향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틀 뒤인 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에 변호인이 모두 입회했고, 인권침해가 있었다거나 수사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신공영 상무이사 출신인 유 전 본부장은 2011년 성남도시개발공사(당시 성남시설관리공단)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3년 9월 공사가 설립되자 개발사업본부장에 올라 위례신도시 와 대장동 등 개발사업을 총괄했다. 공사 내부에선 ‘유원(one)’으로 불린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리(수감 중)에 이어 2인자를 뜻하는 ‘유투(two)’로 불렸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당시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고 2015년 3월 대장동 사업자 선정 과정에선 1차 절대평가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측에 가산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받아왔지만 결국 관련 의혹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 ‘사장 사퇴 종용’ 통한 윗선 수사에 차질
동아일보 DB
동아일보 DB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 대한 사퇴 종용 의혹에 대해서도 혐의를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3월 유 전 본부장과 황 전 사장 사이의 대화 녹취록에는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의 뜻을 언급하며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10월 국회 기자회견에서 “(유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을 강제로 사임시켜서 대장동 프로젝트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초과이익 환수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모든 개발이익을 화천대유에 몰아 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이 사기 사건으로 기소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사퇴를 건의한 것이고, 정 전 실장 등과 상의한 적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성남시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려고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던 당사자라서 ‘윗선 수사’의 길목이었다. 검찰이 아닌 특검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고양=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