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사회

송상현 교수 제자들, 메타버스에 ‘송상현 타운’ 만들어

입력 2021-12-05 21:58업데이트 2021-12-05 22: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지난달 30일 오후 8시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Gather)에서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80)의 이름을 딴 ‘송상현 타운’의 개소식이 열렸다. 이날 송상현 타운을 찾은 아바타 100여개를 조작하던 참석자들은 50대에서 80대에 이른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사들이 대부분으로 현병철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77),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76) 등이 축사를 했다.

송 전 소장의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 제자들은 지난 30여 년간 스승의 날, 연말 그리고 설날에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지난해 예정됐던 송 전 소장의 팔순 회고록 출판기념회가 무산되자 제자들은 송상현 타운을 구상했다. 이중기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57),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0), 김상헌 우아한형제들 부회장(58), 강성 카카오 수석부사장(52), 정재훈 구글코리아 선임정책자문(57) 등 학계와 재계를 망라하는 인사들이 주축이 됐다.

제자들은 저마다 송 전 소장과의 특별한 추억을 회상했다. 이중기 교수는 조교 시절 송 전 소장과 학회가 끝나는 날마다 찾던 관악구 봉천동의 한 콩나물국밥집 모주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해외 출장을 다녀오시면 제자들에게 선물을 가져다주셨다”며 “영국 유학 시절 런던으로 찾아오신 교수님이 주신 500달러로 386 컴퓨터를 구매해 박사논문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송 전 소장님이 장학회와 하버드 로스쿨 유학을 위한 추천서를 써주셨다”며 “절대 추천서 내용을 보여주지 않고 밀봉해서 곧바로 보내는 걸로 유명하다”고 했다.

이들은 비대면 공간에서 제자 모임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러 국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곧 발족을 앞둔 송상현 재단과 더불어 아시아태평양 인권재판소를 설립한 뒤 서울에 본부를 유치하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이중기 교수는 “송 전 소장님이 치유적 정의·회복적 정의를 도입하는 등 최초로 하신 일들이 많다”며 “법적인 유산이 크고 사장시키기는 아까워서 글로벌 사법활동에 활용하고 싶었다”고 했다.

송 전 소장은 팔순이 지난 나이에도 메타버스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송상현 타운의 기술적 지원을 담당한 김 부회장은 “법조인들이 보수적인데다 참여 인사들의 연령대도 높아 당연히 ‘어떻게 이런 것을 하냐’는 반응이 있을 줄 알았는데, 모두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사회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