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통상장관 “민노총위원장 구속 우려”… 노동-통상 연계 움직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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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한 타이, 고용장관 이례적 면담
비공식 의제로 ‘양경수 구속’ 거론… 安장관 “방역위반 예외허용 어려워”
美, 자국노조에 유리한 정책 위해… 韓노동이슈 협상카드 활용 가능성
韓美 “반도체 등 공급망 협력 강화”… 美, 내년 中제외 새 경제협력체 추진

韓고용장관-美통상장관 ‘첫 만남’ 19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왼쪽)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韓고용장관-美통상장관 ‘첫 만남’ 19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왼쪽)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한국을 방문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의 구속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의 노동 이슈를 통상협상의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양경수 구속 우려’ 언급한 미 통상장관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타이 대표와 안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만나 약 35분 동안 면담했다. USTR는 미국의 국제통상교섭을 담당하는 기관인데, 대표가 한국 고용부 장관을 만난 건 처음이다.

미국 측은 사전에 면담을 요청하며 △노동 분야 한미 협력 △제3국에서의 노동권 증진 협력 △강제 노동 근절 협력 등을 공식 의제로 제안했다. 그러나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면담에서 타이 대표는 공식 의제 외에 양 위원장 구속 문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사의 자유 보장 등을 규정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19장 ‘노동’ 장(章)에 근거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이에 안 장관은 양 위원장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받는 만큼 민노총에 대해서만 예외를 허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또 민노총 집회에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함께 양 위원장을 만나 집회 자제를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노동과 통상 이슈 연계하는 미국

미국의 통상장관인 USTR 대표가 국내 노동 이슈에 직접 우려를 표명한 건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해 타이 대표의 발언이 역설적으로 미국 내 노조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노동 이슈를 빌미로 향후 미국 기업과 노조에 유리한 통상 협상을 이끌어 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민주당은 ‘노동자 중심 통상정책’을 비롯해 다양한 자국 내 노조 보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이 추진 중인 세제 지원안이 대표적이다. 이는 노조를 둔 자동차 회사 전기차에만 추가 세액공제를 해주는 내용이다. 국내의 한 재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전부터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고 노동자 중심 정책을 펴고 있다”며 “미국 내 사업을 벌이는 기업들에는 적잖은 사업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가 새로운 통상 의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노동 문제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노동 이슈를 문제 삼아 한국에 통상 제재까지 하긴 어려워도, 이를 활용해 자국 내 노동자에게 유리한 통상 정책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제6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한미 통상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타이 대표가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FTA 노무협의회와 환경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 중국 뺀 ‘공급망 동맹’ 구축하는 미국

미국이 중국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새로운 경제 협력체를 구축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공급망 등 새로운 통상 의제 협력 채널을 만들기로 했다. 이날 여 본부장과 타이 대표는 반도체 등 공급망, 기술, 디지털, 기후변화처럼 최근 새롭게 떠오른 통상 의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5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전기차, 2차전지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공급망 강화를 협력하기로 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이를 위해 양국은 관련 의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채널을 개설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또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제한한 한국산 철강 수입 쿼터를 확대하는 등 수입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앞서 타이 대표는 18일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초 이 지역(인도태평양) 국가들과 협력해 협력체를 설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17일 타이 대표와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경제산업상,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은 새로운 ‘미일 통상 협력체’ 설치에 합의했다. 미국은 일본과의 양자 협력체를 넘어 한국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경제 협력체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미국통상장관#한국고용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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