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수준? 수험생들은 “불수능, 국영수 모두 어려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8일 2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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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 전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8일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 전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스크를 쓴 채 18일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출제위원회 측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수험생들 사이에선 ‘불수능’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체감 난도가 높았다. 이번 수능은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졌는데, 입시업체들은 지난해 쉽게 출제된 수학·영어 영역이 올해 어렵게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어 영역은 출제진과 교사들, 수험생간 체감 난도에 간극이 컸다. 입시업계에서는 동영상과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미디어 세대가 까다로운 글을 읽기 어려워하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가 2년이나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며 누적된 학습 결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 “국어 까다로워 1교시부터 긴장”
위수민 출제위원장(한국교원대 교수)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학력격차 문제가 제기됐지만, 두 차례 실시한 수능 모의평가 분석 결과 재학생과 졸업생 간 특성이나 성취수준별 학력 양극화 현상에서 어떤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아 이전 출제 기조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국어 영역의 경우 평이하다는 설명까지 나왔지만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1교시를 마치고 나와 엉엉 우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서 수능을 치른 김민 양(18)은 “국어가 너무 어려워서 첫 교시부터 긴장했다”고 말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기술 지문이 쉽다고 생각했는데 수험생 몇 명을 대상으로 분석해보다 정답률이 가장 낮게 나왔다”며 “코로나19로 학력 결손이 커진 영향”이라고 했다.

2교시 수학 영역을 마치자 ‘올해 수능이 어려웠다’는 평가가 확실해졌다. 100점 만점 중 74점에 달하는 공통과목(수학Ⅰ, 수학Ⅱ)은 중·고난도 문제가 여럿 나왔고 6, 9월 수능 모의평가에서 다루지 않은 유형이 나오며 어렵게 출제됐다.

인문계열 지원자는 확실히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수학 영역은 문과와 이과 수험생의 점수가 따로 산출됐지만 올해는 아니다. 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선택과목 응시생 집단의 공통과목의 평균점수를 활용해서 선택과목 점수를 조정하기 때문에 이과 수험생들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확률과 통계는 인문 계열뿐 아니라 수학을 포기한 예체능 계열이 주로 응시해서 전체적으로 기하나 미적분 선택 그룹보다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수학, 영어도 어려웠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도 지난해보다 어려웠다. 지난해는 만점자 비율이 12.7%로 쉽게 출제됐다. 올해 영어 영역은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지 않고 소재와 주제가 유사한 것으로 바꿔 출제하는 간접연계 방식으로 바뀌면서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아졌다. 유성호 인천 숭덕여고 교사는 “영어 영역 만점자 비율이 5%(4.9%)였던 9월 수능 모의평가보다는 만점자가 많이 나오겠지만 지난해보다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입시에서는 최상위권 수험생에게는 수학, 상위권은 국어와 수학, 중하위권은 영어가 변별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치른 첫 수능과 비교해 올해는 시험장 안팎에서 방역 수칙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모습이었다. 지난해처럼 교육당국이 응원전 자제를 권고해 후배나 교사들이 따로 나오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자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응원했다. 교문 앞에서 수험생 자녀만 내려주고 떠나는 경우도 많았다.

함께 공부한 친구 4명과 함께 시험장에 들어선 전다은 양(18)은 “(사회적 거리두기로)스터디카페와 독서실이 밤 10시까지밖에 열지 않아 공부를 충분히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재수생 김모 씨(19)는 “백신을 맞아서 그런지 지난해보다 덜 불안하다”고 말했다.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은 22일 오후 6시까지 평가원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정답 확정 발표는 29일 오후 5시, 수능 성적 통지는 다음 달 10일이다.

세종=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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