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걸고 한판 할까”… 77세 ‘깐부’의 KS 시구

강홍구 기자 입력 2021-11-15 03:00수정 2021-11-15 03:41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오징어게임’ 오일남역 오영수씨
70대 고령에도 홈 베이스까지 던져
60년간 매일 평행봉으로 체력단련
“TV로 야구 즐겨봐… 그냥 던졌다”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KT의 한국시리즈(KS) 1차전 시구자로 나선 배우 오영수 씨가 시구에 앞서 모자를 벗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다 걸고 한판 할까?”

2021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1차전이 열린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오후 2시 경기 시작을 앞두고 전광판에 세계적인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명대사가 띄워졌다. 창단 첫 KS 우승에 도전하는 정규시즌 1위 KT와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WC) 팀의 KS 우승을 노리는 4위 두산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예고하는 듯한 문구였다.

잠시 후 그라운드에는 이 대사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연기 경력 58년 차 배우 오영수 씨(77·극 중 오일남)였다. 이날 시구자로 나선 그가 글러브를 낀 채 모습을 드러내자 1만6200명 만원 관중이 들어찬 야구장에는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KS 기념 검은색 점퍼에 모자를 쓴 그는 오징어게임의 대표 사운드트랙인 ‘웨이 백 덴(Way Back Then)’에 맞춰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천천히 와인드업 동작을 한 뒤 포수를 향해 힘껏 공을 던졌다. 공은 홈 베이스 가까이 날아가 KT 포수 장성우가 원 바운드로 잡아냈다. 시구를 마친 오 씨는 모자를 벗어 관중에게 인사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이날 경기 시작 약 30분 전 경기장에 도착한 오 씨는 연습장에서 한두 차례 공을 던진 뒤 마운드에 올랐다. 시구를 마친 뒤에는 곧바로 경기장을 떠난 오 씨는 “평소에 야구 경기는 TV로 자주 보고 있다. 어떻게 시구를 하겠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그냥 던졌다”고 말했다.

주요기사
오징어게임 열성 팬인 KT 외국인 에이스 쿠에바스(베네수엘라)는 이날 오 씨의 사인을 직접 받고 싶어 했으나 선발 출전으로 기회를 못 잡아 아쉬워했다. 장성우는 오 씨 시구를 받은 뒤 “공이 생각보다 빨라 놀랐다”고 말했다.

70대 고령임에도 공을 홈베이스까지 던질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체력 관리를 한 덕분이다. ‘평행봉 사나이’로 불리며 10대 때부터 60년 넘게 평행봉으로 체력을 단련해 왔다. 지금도 매일 오전 6시 20분이면 집에서 나와 20분을 걷고 평행봉을 50개 한다. 하루에 1만 보 걷기도 빠짐없이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올 한 해 국민들에게 힘을 준 사람들을 시구자로 섭외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이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자긍심을 준 오 씨를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씨를 1차전 시구자로 낙점한 KBO는 3주 가까이 섭외에 공을 들였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시리즈 시구#오징어게임#오일남#오영수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