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리점 먹자” 택배노조 강탈시도 SNS서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3일 17시 05분


코멘트
택배노조의 집단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CJ대한통운 김포 택배 대리점 소장 이모 씨에 대해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실제로 대리점을 뺏으려 했던 내용이 담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내용이 공개됐다. 앞서 택배노조는 자체조사를 통해 “고인에게 대리점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었다.

3일 김포 지역 택배 종사자들로부터 입수한 택배노조원 SNS 대화방에 보면 7월 12일 노조원 권모 씨는 “여기 계시는 노동동지 분들 때문에 이 소장이 일단 대리점 포기를 한 상태입니다”라며 “더 많은 투쟁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러자 노조원 문모 씨는 “이 소장은 보냈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할 듯합니다. 더 힘내서 대리점 먹어봅시다”라고 답했다. 다른 노조원들은 “투쟁”이라는 말로 호응했다. 대화방 속 권 씨와 문 씨는 이 소장이 유서에서 자신을 괴롭힌 노조원으로 지명하고 실명을 공개한 이들이다.

택배노조는 2일 자체 진상 조사 보고서에서 이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책임은 원청업체인 CJ대한통운에 있다고 주장했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의 압박으로 고인이 대리점 포기각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공문, 집회, 단톡방 등에서 고인에게 대리점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택배노조원들은 대화방에서 이 소장에 대한 비난과 조롱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노조원들이 배송을 거부한 상품들을 실어 나르던 이 소장이 6월 중순 고된 업무로 쓰러지자 한 노조원은 “XX새끼 고작 일주일 하고 나가 떨어지노 XX이”라는 글을 남겼다. 다른 노조원들

도 “나이롱(가짜환자)아닌가요” “휠체어는 안타나 몰라” “질긴놈 언제쯤 자빠질까”라고 했다.

노조원들이 이 소장의 각종 채무 및 경제적 상황을 몰래 조사한 정황도 있었다. 노조원들은 이 소장의 아파트 매각 사실 및 근저당, 매각 가격, 채무 상태 등을 공유했다. 노조원들은 이에 “이 소장은 빚밖에 없다” “아파트 급매로 떴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 소장이 경제적 상황이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한 노조원은 유튜브에 출연해 “이 소장이 월 4000~5000만 원 씩 번다” 며 고액 연봉자면서도 택배 기사들의 수수료를 횡령하는 사람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전국택배대리점연합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조사를 했다는 택배노조 측은 왜 저런 대화 내용은 쏙 빼놓느냐”며 “괴롭힘의 이유는 대리점을 차지하려는 것이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 노조의 갑질이 너무 만연해 있다”고 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