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험한 자리 지키던 분”… 구조대장 실종에 동료들 눈물

유채연기자 , 김태성기자 입력 2021-06-18 21:39수정 2021-06-18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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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차 베테랑’ 김모 소방경
긴급탈출때 맨뒤서 나오다 고립
소방청 “안전진단후 구조팀 투입”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지 하루가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밤샘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1.6.18/뉴스1 © News1
“평소처럼 ‘고생 많았다. 너는 들어가서 쉬어라’고 말씀하고 가셨는데….”

18일 오전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실. 무거운 침묵을 깨고 입을 뗀 구조대 김영달 소방위(45)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김 소방위는 전날 새벽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출동한 뒤 오전 9시 반경 김모 119구조대장(53·소방경)과 교대했다. 김 대장은 “열기가 많이 뜨거우니 조심하시라”는 김 소방위의 말을 들은 뒤 내부 상황을 꼼꼼히 확인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건물에서 나오지 못한 상태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장은 17일 오전 대원 4명과 함께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다. 행여나 대피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지 구해내기 위해서였다. 수색과 잔불 정리를 하던 중 갑자기 큰 불길이 치솟았다. 김 대장은 대원들과 함께 긴급 탈출하다 그만 건물 안에 고립됐다. 소방 관계자는 “김 대장이 대원들을 앞세우고 맨 뒤에서 탈출하다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대장은 1994년 4월 소방관 생활을 시작한 28년 차 베테랑이다. 함께 근무했던 구조대원들은 “현장에서 항상 가장 뜨겁고 위험한 자리를 지키던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조대 함재철 3팀장(49)은 “출동할 때마다 제일 먼저 현장에 들어가 마지막에 나오니까 ‘몸도 좀 아끼시라’고 당부를 드리곤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민석 소방장(38)도 “현장에 진입할 때면 장애물을 헤치기 위해 맨 앞에서 도끼를 든 대장님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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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장은 평소 후배 구조대원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강 소방장은 “‘한 쪽에서만 보지 말고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보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스스로에게는 언제나 엄격했다. “구조활동은 곧 체력과 직결된다”며 사무실에서도 짬을 내 운동을 하곤 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에는 어깨에 부상을 입어 퇴원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30㎏이 넘는 공기통을 매고 용인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소방청은 김 대장의 위치나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김 대장의 상태를 ‘고립’에서 ‘실종’으로 전환했다. 김 대장이 매고 들어간 공기통은 보통 사용 시간이 30~50분 정도다. 소방 관계자는 “추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화재 진압을 마무리하고 건물 안전진단을 마친 뒤 구조팀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채연기자 ycy@donga.com
김태성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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