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 “韓 디지털성범죄 특징은 ‘몰카’…화장실 모습 왜 보고싶어 하나”

이지윤기자 입력 2021-06-16 21:38수정 2021-06-1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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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 바 HRW 여성권리국 공동디렉터 인터뷰
헤더 바 휴먼라이츠워치(HRW) 여성권리국 공동디렉터가 14일 동아일보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19일 한국의 디지털성범죄를 주제로 한 90쪽의 보고서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한국의 디지털성범죄’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피해자 12명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국의 디지털성범죄 실태와 제언이 함께 담겨있다. 국제인권단체가 한국의 디지털성범죄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발표를 앞두고 헤더 바 HRW 여성권리국 공동디렉터를 14일 비대면으로 인터뷰했다. 변호사 출신인 바 디렉터는 2005년부터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등 국제인권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도 작성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제인권단체가 한국의 디지털성범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의 미투 운동, 낙태 위헌 판결 등 여성인권 문제를 관심 있게 봤다. 그러다 불법 촬영 문제에 대해 알게 됐다. 기술과 여성 인권이 교차하는 지점인 한국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보고서를 준비한 이유는 무엇인가?


“세상 어디서든 디지털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다만 한국은 발달한 정보기술(IT) 때문에 디지털성범죄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 한국이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을 알고자 보고서를 준비했다. 한국의 사례를 통해 전 세계가 배워갈 교훈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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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에 있어 한국만의 특징이 있는가?

“‘몰카’다. 공공 화장실에서 소변보는 모습을 왜 보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나라에는 공공장소에서 찍은 몰카를 사겠다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디지털성범죄 자체의 특징은 어떠한가?


“인터넷에 사진이 올라가는 순간 자신의 손을 떠나게 된다. 유포되는 속도와 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부분의 범죄는 끝나는 시점이 있다. 그래서 특정 시점부터는 피해 회복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성범죄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인터넷 어딘가에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혹시 나에 대해 구글링하다가 내가 나온 촬영물을 보지 않았을까’라는 걱정을 하게 된다. 직장을 새로 구할 때도 마찬가지다.”

―보고서는 경찰, 검찰, 법원 등 한국의 사법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한국 사례에서는 사법 시스템에 집중하고 싶었다. 사법 시스템을 중심으로 디지털성범죄 대응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디지털성범죄 피해를 알게 된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한다. 24시간 운영되는 삭제 지원 단체에 연락한다든지 다른 선택지가 있지만 말이다.”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소송 제도에 대한 지적도 담겨있다.

“형사 소송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민사 소송에 들어간다는 점이 특이했다. 내게 익숙한 사법 시스템에서는 두 절차를 동시에 밟는다. 또, 법원에서 인터넷에 나도는 사진에 대해 긴급 삭제 명령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에서 유포되는 속도는 매우 빠르다. 긴급한 상황에는 긴급한 대처가 필요하다. 성범죄 피해를 인지하고 12시간 안에 법원이 삭제 명령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n번방 사건’ 이후 법이 개정돼 불법 영상물을 소지하기만 해도 범죄다.

“형사 제도는 해결책의 일부분이다. 가해자가 기소되고, 감옥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예를 들어 전 남자친구가 피해자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을 때, 피해자가 사진을 빨리 지우기 위해 삭제 업체에 낼 돈을 마련하려고 예금을 깨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가해자가 차를 팔고, 집을 팔아야 한다. 그 외에 트라우마 치료 등의 피해로 인한 손실이 얼마인지 계산한다면 가해자가 내야 할 금액은 더 커질 것이다. 만일 ‘이런 피해를 가한 자가 앞으로 몇 년간 얼마를 보상해야 한다’는 기사가 나오면 디지털성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한국이 디지털성범죄와 관련해 잘한 점은.

“한국이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다른 나라에도 도입되어야할 모델이다. 24시간 전화 상담을 하고, 삭제 지원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경찰에 가기 전에 찾아갈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이 필요하다. 더 친절하고, 의지할 수 있고, 전문적인 기관이 필요하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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