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더 달콤한 딸기, 더 빨간 사과… 국산 신품종 개발은 왜 하는 걸까요?

윤지현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입력 2021-06-09 03:00수정 2021-06-09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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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생물주권 확보 경쟁 치열 새콤달콤한 과육이 입안을 채우는 빨간 딸기는 품종에 따라 맛, 크기, 색상, 모양이 달라요. 2005년까지만 해도 가장 인기가 많은 딸기는 국내 딸기 재배 면적의 80%를 차지하던 일본 품종 ‘레드펄’과 ‘아키히메’였어요. 그래서 일본에 매년 약 30억 원의 품종 사용료를 내야 했어요.

우리나라 딸기는 주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다. 재배 방식은 땅에서 흙과 퇴비로 키우는 ‘토경재배’와 땅 위 1m가량 높이에서 코코넛껍질 등을 흙 대신 사용해 재배하는 ‘수경재배’ 방식으로 나뉜다. 농촌진흥청 제공
지금은 우리나라 딸기 농가의 95% 이상이 국내 품종을 키우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신품종인 ‘설향’이 대부분을 차지해요. 2005년 충남농업기술원 논산 딸기시험장에서 김태일 시험장장이 아키히메와 레드펄을 교배해 만든 딸기지요. 설향은 달콤하면서 과육이 너무 무르지 않고 병충해에 강한 덕분에 맛도 좋고 키우기도 좋아요.

그밖에 100g당 비타민C가 77.1mg 들어간 ‘비타베리’나 신맛이 적고 단맛이 강한 ‘죽향’ 등 40여 종의 국산 신품종 딸기가 개발됐어요. 새로운 딸기 하나를 만드는 데 통상 7∼15년의 시간이 걸려요. 딸기 개발 관련 궁금증을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 이인하 연구사에게 물어봤어요.

― 신품종 딸기를 만들 때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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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딸기 품종 개발은 모래사장에서 동전을 찾는 것과 같아요. 매년 신품종을 만들고자 4000∼6000번에 달하는 육종을 시도하지만, 이 중에서 재배 가치가 뛰어난 신품종은 한 종도 나오기 어려워요. 딸기 신품종은 수천분의 1 확률로 만들어지는 거죠. 딸기 연구를 하면 딸기를 많이 먹어서 좋겠다고 부러워할 수 있지만, 하루에 100개 이상의 딸기를 맛보면 소화가 힘들어요. 수분이 많아 화장실도 자주 가야 하죠.”

― 새로운 딸기를 계속 개발하는 이유가 있나요?

“현재 식량자원이 증가하는 추세를 봐선 미래 인류를 모두 먹여 살릴 수 없어요. 특히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등 자연재해로 식량자원을 지키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따라서 인류의 먹거리가 되는 신품종 육성은 아주 중요하죠. 국산 신품종을 개발해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추고 전 세계로 우리 과일을 수출하기 위해 지금도 딸기 신품종을 연구 중이랍니다.”

○새로운 과일 비결은 교배육종
크고 달콤한 과일을 새롭게 만드는 비결은 ‘교배육종’ 기술이에요. 특징이 다른 품종을 교배해 새로운 종자를 만드는 기술이지요. 교배육종으로 새로운 과일을 만들기 위해 우선, 아주 크진 않아도 달콤한 품종의 과일의 암술에 몸집이 아주 큰 다른 품종의 꽃가루를 묻혀요. 이렇게 수정이 된 과일의 씨를 재배하면, 달콤하면서 크기가 더 커진 새로운 과일이 열려요. 우리가 자주 먹는 딸기나 사과도 교배육종으로 신품종을 만들어요. 물론 수천 개의 씨앗을 키워도 새로운 과일을 만드는 데 성공할 확률은 수천분의 일에 불과해요.

1980년 우리나라 최초로 육종을 시작한 사과 중 하나인 ‘감홍’의 모습. 12년의 연구 끝에 개발된 이 사과는 단맛이 강하고 붉은 사과로 일본 품종 ‘양광’을 대신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우리나라에서 주로 재배되는 사과는 일본 ‘후지’ 등 외국 품종이었어요. 이를 대체하고자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사과를 교배육종으로 개발해 왔어요. 원래 사과나무는 한 번 심으면 15년 넘게 재배할 수 있고, 새로운 나무를 심으면 3년이 지나서야 과일을 수확할 수 있어, 기존 해외 품종을 국산 신품종으로 교체하기 어려웠어요. 그래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거나 영양소가 더욱 풍부한 과일을 만들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지요. 권순일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소 연구관에게 사과 신품종 궁금증을 물어봤어요.

― 사과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법칙이 있나요?

“과거에는 주로 홍로, 감홍 등 한자 기반으로 품종 이름을 붙였어요.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사과를 전 세계에 특허 출원하거나 로열티를 받을 때 편리하도록 영어로 이름을 짓고 있어요. 미국에 출원한 ‘피크닉’이나 일본에 출원한 ‘루비에스’처럼요.”

― 사과 육종을 하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려면 사과의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해요. 농부가 키우기 쉬운지, 유통과정 중에 상하지 않을지, 소비자가 먹을 때 맛있고 보기에도 예쁜지까지요. 따라서 모든 생산 과정과 유통 과정을 알고 비슷한 품종과 비교해야 하며, 앞으로의 사회적인 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해요. 이처럼 사과 신품종 개발에는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지요.”

○육종 통해 생물주권 확보
다양한 특징을 가진 새로운 생물을 만들고자 1966년 방사선농학연구소가 설립됐어요. 여기서는 방사선을 이용한 육종을 연구해요. 이 기술은 식물체나 종자에 방사선을 쪼여 돌연변이를 만드는 거예요. 예전에 방사선 육종은 주로 쌀이나 콩처럼 새로운 식량작물을 만드는 데 이용됐어요. 2000년대 이후부터는 꽃과 나무 등 화훼작물이나 약재로 쓰이는 작물을 육종할 때 널리 쓰이며 기술이 활용되는 범위가 넓어졌지요.

육종을 통해 생물주권을 확보할 수 있어요. 생물주권이란 인간의 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모든 생물체, 유전자원 등을 뜻하는 생물자원에 대한 자국의 권리예요. 1993년 만들어진 ‘나고야 의정서’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 생물자원을 이용하는 경우 이와 관련한 이익을 반드시 생물주권을 가진 주권국과 나눠야 하죠. 그래서 세계 각국은 이미 생물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싸우고 있어요.

예를 들어, 인도의 경우 민간요법에서 활용되던 ‘님나무’의 성분으로 미국 기업들이 특허를 내려고 했어요. 하지만 인도 지역에서 오랜 시기 사용된 점을 인정받아 미국의 특허가 인정되지 않은 적도 있죠. 반대로 우리나라는 구상나무나 청양고추와 같은 생물자원을 지키지 못한 역사가 있어요.

그래서 정부기관이나 민간에서는 생물주권을 지키고자 토종 종자를 모으거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우리나라 생물종을 찾고 있어요.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모든 생물의 정보를 수집해요. 우리나라에 사는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생물종을 찾는 거예요. 국립생물자원관은 지금까지 5만 종이 넘는 생물종을 찾았어요.

민간에서는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이 1986년부터 ‘토박이 씨앗 살림’ 운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한살림은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재배됐던 토박이 씨앗을 모아 농사에 활용하는 등 토종 작물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답니다.

윤지현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preyun@donga.com
#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국산 신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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