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피해자 “초호화 변호인단 꾸려놓고…오만한 태도 역겨워” 엄벌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8일 15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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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8일 오전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법 법정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 뉴시스
직원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8일 오전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법 법정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 뉴시스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A 씨가 8일 결심 공판을 앞두고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이날 오전 부산지법 앞에서 부산성폭력상담소 한 관계자는 A 씨가 사전에 전한 편지를 대독했다. A 씨는 편지에서 “지난해 4월 7일 오거돈 때문에 모든 생활이 엉망징창이 됐다. 샤워기 틀고 칼을 쥔 채 화장실에 혼자 앉아 있다 잠이 든 적도 여러 번이며 해가 떠 있을 때는 누가 쳐다보는 것 같아 불을 다 꺼놓고 산다. 밤에는 누가 몰래 들어와 죽일 것 같아 온 집안 불을 다 켜놓고 지내다 해가 뜨는 걸 보고 잠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가족, 친구 등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일로 마음 아파하고 영향을 받고 있다”며 “그냥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숨 쉬는 게 민폐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호소했다.

A 씨는 오 전 시장이 합의를 시도했다고 밝히면서 “재판을 한 달 앞두고 변호사가 오거돈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1년 간 어떤 사과도 없이 2차 가해를 일삼다 갑자기 보낸 편지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 한편으론 정말 반성해 용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편지를 본 후에 정말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그랬는지, 얼마나 뉘우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반성도 없었다”고 전했다.

또 A 씨는 합의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겪은 고통을 어떻게 감히 돈으로 산정하느냐”면서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려놓고 어떻게 그렇게 성의 없이 반성할 수 있는지, 오만한 태도가 역겹다. 진정한 사과와 반성없이 결코 합의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2, 제3의 권력형 성범죄자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마땅한 선례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재판부에 엄벌을 호소했다.

이날 예정된 결심공판은 오 전 시장 측에서 양형 조사를 신청함에 따라 21일로 연기됐다. 1심 선고 공판은 29일 열린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11월 부산시청 직원을 성추행한 데 이어 같은해 12월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그는 사퇴 직전인 지난해 4월 시장 집무실에서 또 다른 직원를 추행하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상해를 입힌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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