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재기’냐 ‘토사구팽’이냐…기로에 선 이성윤

이태훈 기자 입력 2021-05-03 11:37수정 2021-05-0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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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동아일보 DB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로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다 최근 최종 후보군에서 탈락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향후 검찰 인사와 정국에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검찰총장을 노리다가 탈락하는 고위 간부는 차기 총장과 후배 검사들의 앞길을 터주기 위해 스스로 옷을 벗거나 정권에서 우회적으로 옷을 벗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현 정부 들어 민감한 정권 관련 사건을 처리해온 탓에 총장 후보에서 탈락했다고 해서 여권이 그를 홀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검장은 현 정부 들어 ‘꽃 길’만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검찰 내 요직만 거치며 정권과 관련한 예민한 사건을 여권에 유리하게 처리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하려는 일선 검찰에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최근 수원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지난해 초부터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정권 인사 연루설이 나돌았던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등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해 결과적으로 정권 방어에 기여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의 이런 ‘정치 편향성’ 논란은 이 지검장을 총장 후보에서 탈락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반대로 여권이 이 지검장을 완전히 ‘토사구팽(兎死狗烹)’하기 어려운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지검장이 정권 관련 수사를 지휘하는 과정에서 만약 법무부나 청와대 등 여권 핵심 인사들로부터 수사 방향 등에 대한 갖가지 주문을 받은 것이 있다면 앞으로 전개되는 검찰 수사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 지검장이 ‘칼자루’를 쥐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차기 총장 취임 후 곧바로 단행될 후속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이 지검장이 검찰 수사력의 핵심인 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유임되거나, 고검장급으로 검찰 수뇌부에 속하는 대검 차장검사로 승진하는 안이 벌써부터 거론되는 것도 현 정부 검찰에서 차지하는 그의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검찰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로 기소될 위기에 놓인 이 지검장 처지에서는 향후 검찰 인사에서 최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요직으로 가야 검찰 수사를 방어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일각에서는 향후 수사와 인사에서 이 지검장 의도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여권에 악재가 될 수 있는 돌발행동이 표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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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향후 검찰 수사와 인사에서 여권이 이 지검장을 충분히 배려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지검장의 불법 출금 사건 연루 여부는 곧 열리게 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기소 여부가 사실상 결정된다는 점에서 기소 방침을 정한 검찰이나 이를 막고 싶어 하는 여권이 수사를 좌지우지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총장 취임 이후 있을 후속 인사 역시 총장 후보 4명 중 누가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되느냐에 따라 이 지검장이 바라는 요직에 갈 수도 있고, 검찰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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