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산불 21시간만에 진화… 전국 산림 300ha 잿더미로

강승현 기자 , 안동=명민준 기자 , 영동=장기우 기자 입력 2021-02-23 03:00수정 2021-02-23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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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날씨와 메마른 산림에 강풍까지 겹쳐 피해 커졌다”
최근 10년 산불 66% 3~5월 발생
2월에 하루 9건 발생은 이례적
산불주의보… “각별한 주의 필요”
22일 오전 경북 안동시 임동면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소속 헬기가 물을 뿌리며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불이 집 뒷산 바로 코앞까지 넘어왔을 땐 정말 아찔했어요. 마당에 LPG 가스통이 있는데 하마터면 큰 폭발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눈앞에서 큰 불길과 맞닥뜨린 강성용 씨(53·경북 안동시)는 그제야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 씨는 불이 난 후 이틀을 뜬눈으로 지새우다시피 했다. 그는 “집만 빼고 뒤쪽 야산이 싹 다 타버렸다. 이웃 중에는 남편이 다리를 다쳐 구조대원의 도움을 받아 겨우 탈출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 전국 300ha 산림 소실

21일 오후 3시 20분경 안동시 임동면 망천리 야산에서 시작된 불은 21시간 만인 다음 날 낮 12시경에야 겨우 큰 불길을 잡았다. 불은 5km 떨어진 중평리까지 초속 11∼13m의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다. 불이 난 야산 일대는 검게 탄 잿더미만 남아 있었다.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 상황에서 불씨가 되살아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

불길은 수백 년 된 목조 문화재도 집어삼킬 뻔했다. 임동면 수곡리의 정재종택(경북도기념물 170호) 만우정(경북도문화재자료 37호) 바로 앞까지 불길이 이어졌지만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이 문화재 주변에 미리 물을 뿌리고 방호선을 그어 불길을 끊는 데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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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 감천면 증거리 야산에서 난 불도 18시간 만인 22일 오전 10시 25분경 잡혔다. 불은 바람을 타고 영주시 장수면 갈산리 일대까지 번졌다.

전문가들은 피해가 컸던 이유를 무덥고 건조했던 날씨와 메마른 산림 때문으로 보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올해 강수량이나 적설량이 적어 전반적으로 건조한 상태”라며 “산불이 멀리까지 번진 건 이런 환경적 요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안동에는 이달 1일 10.5mm의 비가 내렸지만 이후 20여 일 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

전날 오후 충북 영동군 매곡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임야 20ha를 태우고 22일 오전 9시 반경 진화됐다. 불이 난 지 17시간 만이다. 한때 야산 인근 마을주민 39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같은 날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하동에서 발생한 산불도 아름드리 소나무 등이 울창한 20ha의 삼림을 태우고 23시간 만에 꺼졌다.

이번 불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안동 예천 영주 일대 255ha를 포함해 전국 산림 300ha 정도가 잿더미가 됐다. 축구장 420개와 맞먹는 넓이다.

○ 3∼5월 집중 ‘각별한 주의 필요’

21일 충청과 영남 9곳에서 산불이 났다. 2월에 산불이 많이 발생한 건 이례적이다. 소방청의 최근 10년간 화재 분석 자료를 보면 원래 산불은 봄(3∼5월)에 많이 난다. 산불의 66% 정도가 이 기간에 일어났다. 특히 3월(1286건), 4월(1041건)에 집중됐다. 2000년 고성, 2005년 양양, 2019년 동해안 산불 모두 봄에 일어났다.

원인도 △입산자 실화(1594건)가 가장 많았고 △논밭 소각(717건) △쓰레기 소각(649건) 등의 순이었다.

이번 산불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소각 과정에서 옮겨 붙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농민이 논을 태웠거나 성묘객이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웠다가 불이 났다는 얘기가 있어 현재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소방청도 산불주의보를 내렸다. 소방청 관계자는 “동해안 지역에 건조·강풍특보가 계속되고 있어 화재 대비와 대응 태세 강화를 지시했다”며 “작은 불씨도 크게 번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 안동=명민준 / 영동=장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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