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2주 아들 죽인 부모, SNS에서는 가면썼다…‘♡연기’

  • 뉴시스
  • 입력 2021년 2월 19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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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소홀 정황도, 숨진 아들 몸무게 저체중으로 확인
허위 신고 때 죽은 아이 놓고 '심폐소생술' 연극까지

‘자주 울고 분유를 토한다’는 이유로 생후 2주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20대 부부의 범행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과 글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 부부는 SNS에 첫째 딸과 숨진 아들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며 ‘행복한 가정’을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 부부의 SNS 계정은 그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부모의 모습으로 포장돼 있었다.

아내 B씨는 계정 프로필에 ‘○○이 △△이 내새끼들♡’이라고 적는 등 첫째 딸과 숨진 아들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는 글을 여러 차례에 걸쳐 올렸다.

숨진 아들이 태어난 지난달 27일 자신의 출산 소식을 알리며 ‘우리 둘째 아들 오전 6시7분 49㎝ 3.11㎏ 응급제왕절개 37주로 태어났다. 남매 잘 키워보자’라는 문구와 함께 아들의 사진을 올렸다.

다음 날 게시물에서는 둘째 아들 사진과 바닥에 누운 채 아들과 눈을 마주치는 남편 A씨의 사진을 올렸다. ‘오늘 왜 이리 아프지. 눈물 난다 여보 엄마가 되는 게. 미안. 요즘 계속 내 수발 들어주느라 고생하네’라고 적었다.

첫째 딸의 이름을 언급하며 “너무 걱정이다. 엄마 없이 지금 잘 있으려나”라고도 했다.

지난 4일 마지막 게시물에는 아이들의 옷과 기저귀, 담요 등 육아용품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으며, A씨는 본인 SNS 프로필에 둘째 아들의 출생 당시 사진을 배경 화면으로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경찰청 아동청소년범죄수사대는 18일 아동학대치상, 아동학대 중상해, 살인 혐의로 구속된 부모 A(24)씨와 B(22)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A씨 등은 올해 2월 초 자신들이 거주하는 익산시의 오피스텔에서 생후 2주된 아들을 침대에 던지거나 뺨을 세게 때리는 등 모두 7차례에 걸쳐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퇴원 직후부터 ‘아이가 울고 분유를 토한다’는 이유로 침대에 던지거나 얼굴 등을 여러 차례 때리는 등 학대를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부부는 지난 9일 오후 11시57분 ‘침대에서 아이가 떨어졌다’고 허위 신고한 뒤 119구급대를 속이기 위해 숨이 멎은 아이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처럼 연기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숨진 아이의 얼굴 여러 곳에 멍 자국이 있는 등 학대 흔적을 발견하고 부모를 긴급 체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1차 소견상 사인은 외상성 두부 손상에 의한 뇌출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침대에서 자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얼굴에 상처가 생긴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경찰의 추궁에 “아이가 분유를 먹고 토해서 침대에 던졌다”며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죽을 정도로 때린 것은 아니다”면서 서로에게 아이의 사망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 부부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와 피의자 진술 등을 토대로 아이를 퇴원 직후부터 학대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경기도 용인에서 발생한 ‘이모·이모부의 물고문 사건’을 검색하거나 ‘멍 빨리 없애는 방법’, ‘장애아동 증세’ 등을 검색해 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육아 소홀 정황도 확인했다. 숨진 아이는 출생 당시보다 0.17㎏이 빠진 2.94㎏이었다. 부검의는 “생후 14일된 아기가 정상적인 발육 상태라면 3.5㎏ 정도는 돼야 한다”면서 저체중으로 봤다.

앞서 A씨 부부는 지난해 2월에도 숨진 아이의 한 살배기 누나를 학대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7월 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당시 누나는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박송희 전북청 여성청소년과장은 “이번 사건은 부모와 부부가 될 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미 첫째 아이에 대한 아동학대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전력도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 제때 치료했더라면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전문의 소견 등을 바탕으로 A씨 부부가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살인죄를 적용, 검찰에 넘겼다”고 덧붙였다.

[전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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