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확진자 찾아낸 ‘매의 눈’…“365일 전쟁터” 검역 최전선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9일 18시 53분


코멘트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의 1차 검역대에서 검역관들이 입국자들이 작성한 건강 상태 질문서를 바탕으로 체류 국가 등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일선 검역 현장의 방역 전선은 더욱 넓어지고 업무 강도는 높아졌다. 인천국제공항검역소 제공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의 1차 검역대에서 검역관들이 입국자들이 작성한 건강 상태 질문서를 바탕으로 체류 국가 등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일선 검역 현장의 방역 전선은 더욱 넓어지고 업무 강도는 높아졌다. 인천국제공항검역소 제공
“1T(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검역팀, 파리에서 입국 중인 공연팀 전원 확인하세요.”

지난해 10월 인천공항 1터미널 검역팀으로 다급한 목소리의 무전이 전해졌다. 2터미널 검역소에서 보낸 긴급지침이었다.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팀 소속 5명에게서 발열 증상이 포착됐는데, 일부가 다른 비행기를 타고 1터미널로 입국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검역당국은 즉시 공연팀을 ‘타깃검역’ 대상으로 지정했다. 원래 체온 37.3도 이상 입국자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지만 타깃검역에 대해선 전수검사가 진행된다. 그 결과 1, 2터미널로 나눠 입국하던 공연팀 31명 중 1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현장의 정확한 판단과 발빠른 조치가 없었다면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김상희 인천국제공항검역소장은 “검역관 한명 한명이 유기적인 역할을 하며 ‘원 팀’으로 움직인 결과”라고 말했다.

● 코로나 1년, 더 치열해진 검역 최전선


지난해 1월 20일 인천공항 검역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포착됐다. 국내 첫 확진자다. 2019년 12월 31일 국제사회에 코로나19 발생이 처음 보고 된 뒤 이달 17일까지 총 834만1000명의 입국자가 우리나라를 찾았다. 바이러스 유입의 최전선을 지키는 검역 당국은 이 중 약 17만 명을 검사해 2610명의 확진자(확진율 1.5%)를 찾아냈다.

1년이 지났지만 검역현장은 여전히 전쟁터를 연상케 한다. 영국과 남아공에 이어 브라질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 여파로 전선(戰線)은 더 넓어졌다. 방역당국은 변이 바이러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영국, 남아공발 입국자를 미리 찾아내고 있다. 지난해 구축한 ‘올라운드 입국관리시스템’을 통해서다. 예컨대 ‘런던-파리-인천’, ‘런던-두바이-인천’ 등과 같이 연결 항공권을 구입한 사람들을 1차 검역 단계에서 걸러낸다. 전국 13개 검역소와 방역 컨트롤타워인 질병관리청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김금찬 질병관리청 검역정책과장은 “마치 적군의 심장을 폭격기로 정밀 타격하듯 유증상자를 골라내 감염 확산 위험군을 표적 차단하는 전략이다. 전 세계 이 같은 체계를 갖춘 곳은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출발해 중간 경유지에서 수일 머무르거나, 항공권을 ‘런던-파리, 파리-인천’ 등으로 분리 발권한 입국자는 시스템을 통해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입국자가 건강상태 질문서를 제출할 때 자발적으로 체류사실을 밝히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검역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현장 검역관들은 매의 눈으로 입국자들을 살핀다. 입국자가 검역관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는지, 어두운 표정을 짓진 않는지, 체류국가를 묻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을 하는지 등을 주의 깊게 살핀다. 김정민 인천검역소 주무관은 “유학생처럼 보이는 20대 입국자의 경우 영국 체류 여부를 더 꼼꼼히 살핀다. 기습적인 질문을 던져 소극적으로 대처하는지 등을 보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 1년간 검역관 확진 ‘0’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입국한 50대 남성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공항 내 병상에 입실한 뒤 30분 만에 산소 포화도가 73%(90% 아래는 저산소증)까지 떨어졌다. ‘인천공항 첫 사망자’ 발생이 우려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최종 확진 결과는 최소 4시간 후에 나올 예정이었다. 양진서 인천검역소 검역1과장은 “확진 판정이 나오지 않아 근처 병원에 보내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며 “우여곡절 끝에 인천의 가천대길병원에 병실을 확보해 20분 내로 이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수차례 확진자와 마주치는 상황이 두렵지 않을까. 김 주무관은 “처음엔 겁도 나고 두려웠지만, 검역과정에서 1년 동안 검역관이 단 한 명도 확진되지 않으면서 보호장구만 잘 착용하면 감염되지 않는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검역시스템 강화에는 질병청 개청 효과도 있었다. 찰나를 다투는 검역현장에서 보고나 지침을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김 과장은 “급박한 순간이 오면 먼저 상부에 보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지만, 이젠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