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확정…해체 시기는 미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8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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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 중 금강과 영산강의 보 5개에 대한 처리 방안이 최종 결정됐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1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하고,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하기로 심의·의결했다.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한다. 그러나 보 해체 시기는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며 결정을 미뤄 ‘정치적 부담을 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결정으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 시설인 보는 착공 약 12년 만에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정비해 홍수와 가뭄에 대응하고 수자원을 활용하겠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4대강 사업은 2008년 첫 삽을 떴고 2013년 완공됐다. 총 22조2000억 원이 투입됐다.

● 보 처리 방안은 정했지만

4대강 보는 설치 직후부터 환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과 수천억 원을 들인 시설인 만큼 마구잡이로 해체할 수 없다는 주장이 대립됐다. 이 사업에 대한 감사만 4차례가 이뤄졌다.

이후 정부는 4대강 보를 평가하겠다며 2018년 8월 4대강 조사·평가단을 발족했고 이듬해 2월 민간 전문가그룹인 기획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보 해체 방안을 제시했다. 세종보와 죽산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안이 이 때 나왔다.

당시 보의 해체 여부를 결정한 것은 경제성 평가였다.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물을 가둔 보를 해체할 경우’ 들어가는 총 비용과 총 편익을 비교 분석해 결정을 내렸다. 이념 대립이 심한 환경보호 여부가 아닌 경제성으로 평가 지표로 삼았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보를 개방해 물을 흘려보내는 경우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애당초 해체를 전제로 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보의 건설비용(공주보 1051억 원, 죽산보 599억 원, 세종보 150억 원)을 경제성 계산에서 제외한 점도 논란으로 남아있다.

● 지역 갈등·한강-낙동강 과제 산적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한 것과 별개로 해체 시기는 다음으로 미뤘다. 해체 시기에 대해서 “지역 여건을 고려해 정해야 한다”며 “환경부가 지역주민·지자체·시민단체·관계부처와 협의해 해체 시기를 정해 보고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정부가 지역 반대 여론을 부담스러워 해 해체 시기 결정을 미뤘다는 지적이 나온다.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공동 위원장을 맡았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2019년 처리 방안을 제시한 뒤 진전된 내용이 없는 도돌이표 발표”라며 “이번 정권 내에서 4대강 재자연화 원칙을 이루겠다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역에서의 반응은 엇갈렸다. 18일 결정 소식을 들은 충남 공주시민들은 강하게 반발한 반면, 죽산보가 있는 나주시민들은 찬반으로 입장이 나뉘었다. 충남도는 정부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당초 해체를 반대했던 세종시는 정부 결정을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한편 4대강 중 한강과 낙동강의 보 처리 방안은 아직 논의가 시작되지도 않았다. 한강과 낙동강에는 전체 4대강 보 16개 가운데 11개가 있다.

보 처리 방안을 논의하려면 우선 평가지표가 있어야 한다. 보의 안전성과 해체 시 수질 및 생태계 변화, 해체 여부에 따른 경제성 비교 등이다. 이를 위해선 보를 개방한 뒤 전후 생태계 변화나 주변 지역의 물 활용에 문제가 없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하지만 한강과 낙동강의 경우 이 과정이 더딘 상황이다.

18일 환경부에 따르면 보 개방을 시작한 2017년 6월 이후 한강과 낙동강에서 보를 완전히 개방했던 곳은 낙동강 3개 보(구미보, 달성보, 합천창녕보)에 불과하다. 개방 기간은 각각 7일, 7일, 76일에 그친다. 한강 여주보와 강천보, 낙동강 칠곡보는 부분 개방도 하지 않았다. 나머지 보는 겨울철에만 일부 개방했다가, 농사할 시기에 맞춰 봄에 다시 닫는 식으로 부분 개방하고 있다.

환경부는 한강과 낙동강 주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취·양수장의 취수구 길이를 길게 수리하거나 위치를 옮기고 있다. 지하수 관정도 깊게 파 보를 개방해도 물을 이용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다. 4대강조사평가단은 모든 보를 개방할 수 없을 경우에 대비해 보 개방 효과를 모의 계산해, 해체할 경우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강은지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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