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잡을 국산 항체치료제” 29일 허가 신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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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조건부 사용 승인 신청
보건당국 4주간 검토-절차 거쳐 이르면 내달말 환자 투여될 수도
서정진 회장 “부작용 아직 없었다”
일각 “치료제 지나친 기대는 금물… 글로벌 백신 확보와 병행해가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이달 초 서울 서초구 셀트리온스킨케어 집무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항체치료제 개발 현황과 
은퇴 계획 및 소회 등을 밝히고 있다. 2000년 셀트리온을 창업한 서 회장은 곧 현역에서 은퇴할 계획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이달 초 서울 서초구 셀트리온스킨케어 집무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항체치료제 개발 현황과 은퇴 계획 및 소회 등을 밝히고 있다. 2000년 셀트리온을 창업한 서 회장은 곧 현역에서 은퇴할 계획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셀트리온이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CT-P59)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다. 식약처가 이를 허가하면 이르면 1월 말 국산 코로나19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8일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의 조건부 사용 승인 신청이 내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접수된다”며 “조기 치료에 성공한다면 K방역의 또 하나의 쾌거”라고 말했다. 이 대표 발언의 코로나19 치료제는 국내 바이오 업체인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측도 조심스럽게 임상 2상 결과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달 초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조건부 승인은 (임상) 데이터에서 효능과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는 전제에서 나오는 것이다. 현재까지 부작용은 보고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적인 상황에선 조건부 허가 신청을 잘 하지 않지만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 ‘끝이 머지않았으니 힘내자’는 메시지를 누군가 전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또 “지난달 25일 위약(증류수), 저농도, 고농도 투여군에 대한 투약을 마치고 효능과 안정성을 확인해 왔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보통 임상 2상 수준(200명)보다 규모를 늘린 327명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2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의 국책 과제에 지원해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을 지원받았다. 국책 과제로 개발한 항체치료제의 임상 1상을 7월 국내와 영국에서 진행해 안정성을 확인했고, 11월 글로벌 임상 2상 투약을 마쳤다.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3상도 곧 시작할 계획이다.

보건당국이 공휴일을 포함해 4주간 검토한 뒤 허가 절차를 진행하면 셀트리온의 치료제는 이르면 내년 1월 말 출시돼 경증 환자를 중심으로 투약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조건부 허가가 승인되면 즉시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9월부터 치료제 생산에 들어가 국내 환자 10만 명이 치료받을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해 놓았다.

서 회장은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항체치료제와 혈장치료제다. 혈장치료제는 완치된 환자의 혈액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생산 물량이 유한하다. 항체치료제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항체치료제는 항체를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만 생산할 수 있다. 서 회장은 “맨땅에서 시작해 항체치료제를 생산하려면 6년은 걸린다. 셀트리온은 전체 생산 능력(연 500만 명분) 중 항암 치료제 등 다른 제품 생산에 무리가 없도록 조정해 200만 명분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용 치료제는 원가 수준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셀트리온 치료제에 대한 희망이 큰 만큼 논란도 적지 않았다. 국산 치료제 개발만 믿고 글로벌 백신 확보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치료제가 코로나19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대부분의 치료제가 주사제 형태라 투약 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처럼 먹는 약이 아니라면 적절한 치료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여당은 국산 치료제 개발과 더불어 백신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코로나를 완전히 종식시키고 일상으로 온전히 복귀하기 위해서는 방역과 백신, 치료의 세 박자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 국산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방역 선도국에서 더 나아가 방역, 백신, 치료 세 박자를 모두 갖춘 또 다른 모범국가가 돼 세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홍석호 will@donga.com·강성휘·김소민 기자
#셀트리온#코로나19 항체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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