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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거점 국립대는 지역균형 뉴딜의 열쇠… 규제철폐-재정지원 절실”

입력 2020-12-24 03:00업데이트 2020-12-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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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위-거점국립대 ‘지역균형 뉴딜 성공 위한 대학-행정의 역할’ 토론회
지역대학이 뿌리가 돼 인재 키우고 취업후 터전을 잡는 구조 만들어야
지역대학 투자가 K뉴딜 성공열쇠… 재정투입 규제 벗어나야 성장기회
예산-교수채용에 대학 자율성 부여…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도 늘려야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실에서 열린 ‘지역균형뉴딜 성공을 위한 대학과 행정 역할 모색 토론회’에서 서영교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역 발전에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입법을 통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헌영 강원대 총장, 송석언 제주대 총장, 서 위원장, 김동원 전북대 총장. 김동주기자 zoo@donga.com
“지역균형 뉴딜의 성공을 위해서는 거점 국립대의 역량 강화와 활용이 필수적이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실에서 열린 ‘지역균형 뉴딜 성공을 위한 대학과 행정 역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거점 국립대를 대표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송석언 제주대 총장(거점 국립대 협의회장), 김헌영 강원대 총장, 김동원 전북대 총장은 K뉴딜의 핵심인 지역균형 뉴딜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학이 곧 성장 동력이라는 인식과 함께 규제 철폐와 과감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지역의 혁신은 지역 국립대학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확실히 지역주민에게 체감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대학이 성장 동력임을 천명한 것”이라며 “입법을 통해 대학의 역할을 극대화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학들의 혁신 노력과 함께 지방자지단체장들이 대학을 바라보는 인식을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절차를 철저히 준수한 가운데 진행했다.


―지역균형 뉴딜에서 대학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서 위원장=지방 분권과 지역 균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한국의 성장 동력은 결국 지역 발전에서 나온다. 지역 대학이 뿌리가 돼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에서 취업 후 터전을 잡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지역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김동원 총장=매년 발표되는 국가경쟁력과 대학경쟁력 순위를 보면 대학이 늘 뒤에 있다. 대학의 역할이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해외에선 낙후된 지역을 대학이 중심이 돼 일으킨 사례가 많다. 독일은 통일 후 동서독 지역격차 문제가 심각했다. 그 때 세운 전략이 9개 주요 대학(TU9)을 거점으로 지역 발전을 도모한 것이었다. 옛 동독 지역의 드레스덴대에는 국가연구소 10여 곳이 설립됐고, 최근엔 가장 주목받는 대학으로 성장했다.

―지방의 거점 국립대들조차 학령인구 급감, 학생 수도권 유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 총장=거점 국립대의 위기는 곧 지방의 위기다. 국립대에 적용되는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 재정 지원, 교육·연구 인력 충원 등과 관련된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현행법상 지자체가 학교에 연구소를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건물을 학교에 기부채납하도록 돼 있어서다. 학교가 땅을 제공하고, 지자체가 건물을 세우면 ‘윈윈 효과’가 있는데 법이 가로막고 있다.

▽김헌영 총장=대학 밖 건물에서 수업을 못 하도록 하는 이동수업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 지방대가 서울에서 강의해 학생 모으는 것을 막으려고 만든 규제다. 최소한 같은 광역지자체 안에서는 이동수업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도내 대학들이 공동캠퍼스 등을 운영해 다양한 커리큘럼을 만들 수 있다. 강원대와 삼척시가 4년 전부터 추진 중인 도계 대학도시가 지체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이동수업 규제 때문이다.

―정부가 10월에 발표한 75조 원 규모의 지역균형 뉴딜 사업에 대학의 역할이 빠져 있어 아쉽다는 지적들이 많다.


▽김헌영 총장=대학에 대한 투자가 없으면 지역균형 뉴딜을 포함한 K뉴딜에 대응하기 어렵다. 거점 국립대는 각 지역의 성장과 관련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이 역량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끄집어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지역균형 뉴딜 성공의 열쇠는 대학의 활용에 달려 있다. 아울러 지역균형 뉴딜이 또 다른 불균형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단순 경쟁시키면 낙후된 지역은 더 소외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역 대학 육성의 핵심은 재정 지원 확대다. 가장 시급한 부문을 꼽자면…

▽김동원 총장=지방재정법은 지자체가 국가시설에 투자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대학이 국비 예산을 따왔을 때 매칭 펀드 조성만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대학 내 제대로 된 연구소 운영도 힘들다. 한 해 수십억 원의 운영비가 필요한데, 거의 대학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소가 나올 수 없다. 대학이 연구거점이 되는 해외에선 지자체와 대학이 법인 형태의 연구소를 만든다. 대학은 20대의 젊은 두뇌가 끊이지 않고 공급되는 곳이다. 재정 투입의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야 이 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송 총장=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도 공무원들이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단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지자체가 대학을 지원할 때 포괄적 지원을 금지하는 것도 아쉽다. 목적사업 안에서만 예산을 쓸 수 있다. 대학에 재정 활용의 재량권을 주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서 위원장=지방자치법이 통과되면서 재정 집행권이 지역으로 많이 분산됐다. 그런 돈이 대학과 함께 지역 균형을 이끌어내는 마중물로 쓰여야 한다. 중앙 정부나 각 지자체에서 예산 활용을 적극적으로 할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겠다.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면 동료 의원들과 입법으로 뒷받침하겠다. 2016년 발의한 뒤 폐기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도 재발의해서 대학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RIS)은 지역균형 발전의 원동력이 될 사업이다. 교육부는 사업 확대를 원하지만 예산부처에선 사업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김동원 총장=낙후된 지역일수록 필요한 사업이다. 올해 첫 선정된 3개 지역(광주-전남, 충북, 경남) 외 기회의 문을 더 넓혀야 한다. 이미 선정된 지역만 10년간 지원을 유지하고 추가 선정을 안 한다면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김헌영 총장=RIS는 대학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역 내에서도 작은 대학들은 규모를 줄이는 대신 강점이 있는 분야로 특성화시키고, 대학끼리 연계해 공통 수업을 개발할 수 있다.

▽서 위원장=영국은 2013년부터 지역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을 돕는 대학기업촉진지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RIS를 통해 대학의 혁신을 지역의 혁신으로 이어가야 한다. 정부가 대학과 지역을 연계한 창의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긍정적인 효과가 나도록 노력하겠다.

―거점 국립대가 발전하려면 총장의 역할이 막중하다. 예산 활용과 인사권에 제약이 많아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송 총장=대학의 자율을 많이 얘기하지만 총장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정년퇴임하는 교수가 있으면 다른 과 교수 채용을 위해 잠시 비워 둘 수도 있다. 그런데 대학 평가에 교원 충원율이 반영되니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할당된 교원 정원을 융통성 있게 활용하도록 제도가 뒷받침해줘야 한다.

▽김헌영 총장=예산도 마찬가지다. 국립대 교원의 인건비는 당연히 정부 몫이다. 그런데 지금은 등록금의 일부를 떼 인건비로 쓴다. 그만큼 수업에 들어가는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등록금으로 급여를 주는 교원만이라도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채용할 수 있다면 교육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다.

―지역 인재 30%를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하는 ‘지역인재 할당 의무제’를 지키는 공공기관을 찾기 힘들다. 어떤 개선점이 필요할까.


▽김동원 총장=현재 30% 할당제로는 한계가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 인재에게도 정원의 20%를 추가로 할당해야 한다. 가령 전북의 국민연금공단에 강원 학생이, 강원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전북 학생도 들어갈 수 있게끔 문이 열려야 한다.

▽김헌영 총장=30%라는 기준도 맹점이 있다. 전문직과 경력직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들을 제외하고 나니 실제 채용 가능 인원은 정원의 10%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공공기관은 책임감을 갖고 지역 인재를 우대해야 한다. 대학도 그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지역 거점 대학 중심으로 지역균형 뉴딜 전략을 짜야 한다.

▽서 위원장=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채용을 늘리고 공무원 지방 할당제 비율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역차별 논란이 없는 지역인재 할당제가 되도록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함께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진행=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정리=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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