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비워놓고도 의료진이 없어… 확진자 못 받는 공공병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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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코로나병상 120개 만든 보훈병원
자체 인력으론 60개만 운영 가능… 병원측 “정부에 인력 지원 요구”
당국, 민간병원에 ‘전담-거점’ 요청
병원들 “손실보상 못 믿어” 난색

16일 인천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 응급 환자 이송에 투입되는 구조헬기를 소독하고 있다. 인천=뉴스1
16일 인천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 응급 환자 이송에 투입되는 구조헬기를 소독하고 있다. 인천=뉴스1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기면서 병상 부족에 따른 의료체계 붕괴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즉시 입원 가능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전날 43개에서 40개로 줄었다. 특히 서울 지역의 가용 병상은 1개만 남았다. 게다가 최근 60대 이상 고령 환자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면서 위·중증 환자 급증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령 환자는 경증에서 중증으로 진행되는 기간이 평균 5일이다. 다른 연령대(7∼9일)보다 짧아 중환자 병상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6일 확인된 신규 확진자 중 60대 이상 비율은 32.5%다. 이날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는 226명으로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많았다.

아직 증세가 가볍거나 무증상인 환자의 병상 상황도 불안하다. 16일 기준 1825개가 남았다. 경증전담시설인 생활치료센터의 경우 이날 3곳이 추가로 문을 열면서 입실 가능 인원이 전날보다 394명 많은 3381명이 됐다. 하지만 하루에 10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정부는 공공병원을 활용해 코로나19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병상이 나오지 않고 있다. 병상뿐만 아니라 인력과 장비도 필요한 탓이다.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의 경우 코로나19 병상 120개를 만들기 위해 기존 187개 병상을 비웠다. 하지만 16일 현재 60개 병상만 운영할 수 있는 상태다. 허재택 중앙보훈병원장은 “코로나19 환자 1명을 돌보는 데 기존 환자의 3, 4배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 병원 자체 인력만으로는 60개 병상만 운영할 수 있다”며 “오늘 간호사 등 의료진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일단 60개 병상을 운영하고 인력이 확보되는 대로 27일 나머지 병상 60개를 가동할 계획이다. 만약 인력 지원이 없다면 추가로 병동 2개를 폐쇄하고 해당 인력을 코로나19 병상으로 전환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공공병원 병상 확보가 예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자, 정부는 민간병원에도 협조를 구하고 있다. 전체 병상 중 공공병원 몫은 10%에 불과한 상황에서 지금 같은 확산세가 계속되면 민간병원 동원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16일 서울대병원, 연세대의료원 등 서울 지역 10개 대형 병원 관계자와 긴급 대책회의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전담병원이나 거점병원에 참가한 민간병원은 거의 없다. 아직까지 경기 평택시 박애병원 한 곳이다. 민간병원 입장에서는 입원 중인 환자를 내보내고 외래환자를 줄이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병원 내 감염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는 감염병 전담병원 운영에 대한 손실 보상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보상이 충분히 이뤄질지 걱정하는 병원이 많다. 수도권의 한 민간병원 관계자는 “1차 유행 때 전담병원 역할을 했던 대구동산병원도 제때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병원들 사이에서는 정부를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대구동산병원의 경우 병원 측이 감수한 피해에 대한 정부 보상이 충분치 않았고 시기도 늦었다는 논란이 일었다. 코로나19 전담·거점병원 운영을 위한 인력과 장비가 충분히 지원될지에 대한 걱정도 나오고 있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소민 기자
#코로나19#병상부족#공공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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