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확진자에 방역인력 피로도 ‘한계’…극단선택 충동도

  • 뉴스1
  • 입력 2020년 12월 16일 10시 33분


30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전날 부산은 5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30일 오전 10시 기준 7명의 확진자가 추가 발생했다. 2020.11.30/뉴스1 © News1
30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전날 부산은 5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30일 오전 10시 기준 7명의 확진자가 추가 발생했다. 2020.11.30/뉴스1 © News1
부산에서는 두 자릿수 확진자가 23일째 지속되는 유례없는 상황에 구청과 보건소 공무원들이 ‘번아웃(탈진)’ 증세를 호소하고 심한 경우에는 자살충동까지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언에 시달린 직원들은 잠자기 직전에 귓가를 괴롭히는 환청과 불면증, 심장 두근거림 증세 등을 겪고 있었다.

무엇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고 또다시 2.5단계로 상향조정했는데도 확진자가 끊이지 않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심각한 회의감과 압박감마저 느끼고 있다.

부산 A보건소를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 공무원 B씨는 역학조사와 자가격리 대상자들을 관리하고 있다.

B씨는 “자가격리 대상자 통보를 하면서 욕설을 듣는 것이 일상”이라며 “‘씨’가 들어가는 욕을 하는 분들도 있고 언성을 높이면서 화내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 ‘그렇게 말씀하지 마라’고 한마디하면 불친절 공무원이라고 민원을 넣어버린다”고 했다.

이어 “자가격리를 시키려면 인적사항이 필요한데 아예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법으로 사람을 가둬놓는다’ ‘우리는 일도 못하고 죽으란 말이냐’고 소리지르는 분들도 있다”며 “새벽 1시, 2시까지 일하는데도 ‘너희가 일을 제대로 안해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난다’는 말을 들을 때면 의욕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B씨는 “힘들게 공부해서 공무원이 됐는데 코로나19 담당자가 된 이후에 진지하게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고 울면서 친구들과 부모님께 고민상담도 많이했다”며 “전임자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A보건소에서는 현재 3명이 1개월 이상 병가를 냈고 2명이 1개월 미만동안 병가에 들어갔다.

다른 직원들도 과중된 업무와 코로나19 대응이 길어지면서 우울감과 의욕저하 현상이 겹쳐 ‘출근하다 차에 치이면 좋겠다’ ‘차라리 큰 병에 걸리고 싶다’는 등의 생각까지 한 경험이 있다고 호소했다.

C보건소 경우도 다르지 않다. 감염병관리계 안에서만 업무분장이 올해 27번 교체됐다.

C보건소에서 방역업무를 담당하는 D씨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인원교체와 충원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며 “대다수가 코로나19 대응을 담당하는 감염병관리계 안에서 일을 버티지 못하고 휴직하거나 다른 부서로 넘어가는 경우”라고 말했다.

D씨는 “이런 부서는 이제까지 본 적이 없다”며 “인력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지는데 도대체 대책은 있냐고 인사부서에 가서 물어본 적도 있다”고 했다.

이어 “예전보다는 인력을 보충하고 있지만 확진자 폭증을 감당하기에 아직도 무리가 있다”며 “위에서 내놓는 대책도 임시적인 방법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현장 인력들이 머지않아 모두 소진돼 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3주동안 강도높은 야근업무가 이어지자 일을 하면서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D씨는 “요즘은 출근하다가 갑자기 끼어드는 차를 보면 ‘확’ 가속페달을 밟고 싶을 때가 있다”며 “‘차에 부딪혀서 3주 동안 쉬면 나는 편해질 텐데’라는 생각과 동시에 ‘내가 제 정신이 아니구나’라고 스스로 흠칫 놀란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직원들은 자가격리로 인해 일을 할 수 없게된 민원인으로부터 ‘너네 때문에 돈을 못벌게 됐으니 돈을 내놓으라’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학조사와 방역을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들은 무엇보다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 역학조사에 대한 시민들의 협조를 호소했다.

A씨는 “방문자 명부와 CCTV 영상을 대조해서 한 명, 한 명씩 전화해 검사를 안내하고 자가격리와 능동감시 여부를 통보하는데 자가격리의 경우 비협조적인 분들이 너무 많다”며 “협조가 안되는 1명 때문에 1~2시간씩 설득해야 하고 역학조사는 더욱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화규 부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가격리 통보를 받는 사람들은 ‘집에 있지 왜 다녀서 퍼뜨리느냐’는 식의 비난이 예상되다보니 전화를 받았을 때 공격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하는 분들은 상황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이나 분노, 거친 말들이 나를 향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되뇔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업무를 하면서 비슷한 고충을 겪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풀 수 있는 모임도 필요하다”며 “함께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수록 인력을 더욱 보충하고 이들이 휴식시간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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