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28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는 7200명이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발 1차 대유행의 중심이었던 대구의 확진자 수를 넘어선 수치이다.
수도권의 집단감염은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 비율이 훨씬 높다.
28일 서울시 확진자 집계표에 따르면 이달 1∼26일 발생한 서울 확진자 1783명 중 22.0%인 392명은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았다.
인천에서는 이달 20일부터 26일까지 총 20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33명(16.3%)이 여기에 해당한다. 경기도에선 최근 1주일간 발생한 확진자 중 원인불명 확진자는 167명(25.4%)이다.
64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강원 원주 실내 체육시설 역시 최초 감염원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3~4월에는 깜깜이 확진자가 5~7%대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깜깜이 확진자들이 가족들에게 전파하는 사례다.
경기 부천에서는 27일 하루에만 일가족 7명과 또다른 일가족 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가족 7명은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등으로 외식이 어려워지자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했다가 집단감염 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다른 일가족 4명의 감염경로는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파주시에서는 30대 부부와 자녀, 장모 등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 30대 여성 A씨(파주 84번)는 남편 B씨(파주 82번)가 2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24일 검사를 받고 25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또 A씨 부부의 자녀인 어린 남매 2명(파주 85·86번)과 장모인 60대 C씨(파주 87번)도 이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가족 중 최초 확진자인 B씨의 감염경로는 아직도 오리무중인 상태다.
인천에서도 50대 여성이 서울 종로 고시원에서 공부중이던 아들을 만난 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나 검체검사를 받고 확진됐다.
경기 수원시에서는 일가족 6명이 확진되는 사례가 나왔다.
수원시에 따르면 영통구 거주 D양(10대 미만·수원 198번)과 E군(10대 미만·수원 199번)이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D양과 E군은 별다른 증상이 없었으나 아버지인 수원 164번 확진자 F씨(40대·8월22일 확진)와 접촉 후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F씨 가족 중에는 이미 지난 24일 F씨의 아내(40대·수원 167번), 어머니(70대·수원 168번), 아들(10대미만·수원 169번)이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F씨는 수원시의 한 식당에서 수원 148번 확진자 G씨(70대·8월20일 확진)와 접촉해 감염됐다. G씨는 지난 15일 광화문집회 참석 후 확진됐다.
광화문집회와 무관한 일가족 6명이 집회 때 퍼진 바이러스에 의해 연쇄 감염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족간 전염 및 n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가족 간 거리두기’를 더 철저히 하고,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최재기 교수는 “현재 유행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매우 높은 GR유전자형으로 알려졌다”며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감염될 경우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가족간 감염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라도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족간 감염을 막는 유일한 예방법”이라며 “가족 모두가 외부활동과 모임 등을 자제하고,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기본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한 유관학회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감염학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한소아감염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등은 성명서를 통해 “다양한 역학적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유행은 쉽게 잡히지 않고 이전에 우리가 경험해 온 것과는 다른 규모의 피해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며 “방역 조치는 조기에 적용돼야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격상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28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일주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 방역의 그물코를 더 촘촘하게 조이면서 3단계로 가기 전 사실상 2.5단계로 대응하는 기조다.
3단계로 격상은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정부는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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