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수도권 모든 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됐고 비수도권도 등교 인원 제한 조치가 시행되는 가운데 고3만 유일하게 매일 학교에 나가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5일 수도권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오는 9월11일까지 전면 원격수업을 시행한다고 발표하면서 고3은 제외한다고 밝혔다. 진로·진학 준비를 위한 등교수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대다수 학교가 고3을 매일 등교시키고 있지만, 교육계에서는 입시 준비를 위한 대면 상담은 일주일에 1~2번 시행해도 충분한 데다 ‘줌(Zoom)’ 등 실시간 쌍방향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어서 고3의 등교도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3만 등교해 학교 전체의 밀집도가 3분의 1 이하로 유지된다고 해도 학급당 학생 수는 줄지 않아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집단감염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학교 현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A양(18)은 27일 뉴스1과 통화에서 “개학이 코앞인데 학교에 나가기 무섭다”며 “버스로 통학하는데 만약 내가 확진 판정을 받아 친구들에게 전파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했다.
A양의 학교에서는 최근 고3 확진자가 발생해 학생·교사 400여명이 진단검사를 받고 밀접접촉자는 2주간 자가격리하는 일이 발생했다. A양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A양의 학교는 오는 9월2일 개학하는데 고3은 매일 등교가 원칙이다. A양은 가족과 상의해 등교하지 않고 가정학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입시를 코앞에 둔 고3의 특수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매일 등교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 한 고등학교의 진로진학부장교사는 “고3은 1학기에 입시 준비를 마치고 2학기에는 기존 공부를 반복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학습’ 차원에서 학교에 나와야할 이유는 없다”며 “입시를 대비한 상담이 필요한 학생만 등교하고 나머지는 가정학습을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학생의 건강권 보호 차원에서도 등교수업을 융통성 있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지학 보건교육포럼 수석대표(경기 시흥 은행중 보건교사)는 “고3은 학습량이 많기 때문에 평소에도 이 시기가 되면 몸이 아픈 학생들이 발생한다”며 “매일 등교하면서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는 데 따른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염병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산 수업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여전히 교실 밀집도가 높다는 것도 우려된다”며 “고등학교 보건교사들과 이야기해 보면 보건실을 찾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고3 등교는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교수업의 필요성이 있어서 원격수업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지 무조건 학교에 나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학교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원격수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교육부의 앞선 발표가 학교 현장에 ‘고3은 매일 등교해야 한다’는 의미로 잘못 전달됐을 수 있다”며 “학교 현장에 고3이라 할지라도 유연하게 등교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고 다시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학교는 방역이 가장 안전한 곳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방역 수칙만 잘 지킨다면 고3이 매일 등교하는 상황을 방역에서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다만 “지역사회 감염 추이에 따라 즉시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등 유연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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