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감염 우려 줄어” 안도… 학업결손-돌봄 대책은 빠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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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국 확산 비상]수도권 유초중고 등교중단

고3은 대면수업…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25일 부산 사상구 대덕여고 3학년 학생들이 학교에서 마스크를 낀 채 대면수업을 하고 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고3은 대면수업…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25일 부산 사상구 대덕여고 3학년 학생들이 학교에서 마스크를 낀 채 대면수업을 하고 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고교가 9월 11일까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데 대해 현장에서는 일단 감염 우려가 줄어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학업 및 돌봄 공백에 대한 걱정도 함께 나오고 있다. 1학기 때부터 지적된 학업결손 해소 방안이 여전히 미흡한 것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준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교 3학년의 경우 코앞에 닥친 대학입시를 고려해 등교수업을 계속하기로 했지만, 100일 앞으로 다가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예정대로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다.

○ 학업결손 대책은 여전히 부실

현장에서는 교육부가 현장에 아무 예고 없이 갑자기 원격수업 전환 방침을 발표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당장 교육부 발표 다음 날부터 전면 원격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1, 2학년이 격주로 등교 중이던 서울 송파구 A고는 이날 교사들이 밤늦게까지 남아 원격수업 동영상과 자료를 만들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원격수업 콘텐츠는 학년별로 동일하게 만들어 1주일 치씩 올리는데 갑자기 전면 원격수업이 시행되는 바람에 어떤 반은 월, 화요일 등교수업 때 들은 내용을 반복해서 듣게 됐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제대로 개학도 못 해보고 또다시 원격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학업결손을 가장 우려한다. 경기 용인시 초등생 학부모 B 씨는 “1학기 때 4학년 아이의 원격수업을 곁에서 보니 5, 6교시 수업이 30분이면 끝났다. 수업당 유튜브 3분짜리 영상에 수업 자료는 오타도 많았다”며 “이번에는 교사가 등교수업 위주로 준비했을 텐데, 원격수업은 얼마나 더 엉망일지 생각하니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안정적인 원격수업을 위해 온라인클래스, e학습터 인프라를 증설했고, 출결관리와 실시간 쌍방향 화상강의 서비스 기능도 단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에게 실질적으로 와 닿는 콘텐츠나 실시간 관리 대책은 없다. 원격수업에 제대로 참여하고 있는지 관리해 줄 보호자가 없는 학생들은 이번에도 공부에서 손을 놓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사교육업체 관계자는 “1학기 지나면서 중위권이 사라지고 하위권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2학기 초반부터 수업에서 손을 놓으면 이번 학년은 영영 따라잡을 수 없고, 그 영향이 내년 이후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1학기와 달리 이번에는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은 교실마다 5명 이내로 나와 대면지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했지만, 현장에서는 원격수업 운영과 출결 관리만으로도 벅차 어렵다는 반응이다.

○ 돌봄 걱정에 퇴사 고민까지

맞벌이 부모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학기에 긴급돌봄휴가에 연차까지 다 쓴 워킹맘이 많아서 이날 맘카페 등에는 “정말 회사를 그만둬야 할 때인 것 같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특히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최근 수차례 2학기 등교 희망 횟수를 묻는 설문조사를 해서 학교별로 등교 방식을 정해놓고, 갑자기 전면 원격수업을 한다니 황당하다는 가정이 많다. 초등생과 유치원생 자녀를 돌보며 재택근무 중인 서울 마포구의 C 씨는 “이번 주부터 큰 아이는 수요일에 등교하고, 작은 아이는 매일 등원해서 26일 오랜만에 출근 당번을 하기로 해뒀었다”면서 “오후 늦게 단체대화방에서 ‘내일부터 학교 닫는다’는 얘기를 듣고 급하게 출근 당번을 바꾸느라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돌봄이 꼭 필요한 학생은 긴급돌봄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오전 9시∼오후 7시에 중식을 제공하고, 방역을 위해 교실당 10명 내외를 권장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위험해서 닫는다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것이 미안하고 걱정된다는 분위기다.

유치원생은 원격수업이 사실상 불가능해 돌봄 우려가 더욱 크다. 경기 수원시의 학부모 D 씨는 “유치원에서 원격수업을 하겠다면서 학습꾸러미를 받아가라는데 그걸 집에서 아이 혼자 어떻게 하느냐”며 “원비는 원비대로 내고 당장 봐줄 사람을 찾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 수능 앞둔 수험생들 불안

고1은 원격수업 반면 대덕여고 1학년 교실에선 교사가 텅 빈 교실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고1은 원격수업 반면 대덕여고 1학년 교실에선 교사가 텅 빈 교실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고3은 원격수업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한 차례 연기된 수능이 또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크다. 이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수능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 예상치 못한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며 걱정한다.

특히 2학기에는 고3과 재수생들의 입시일정이 촘촘하게 놓여 있어 상반기보다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더 커졌다. 9월 3일부터는 수능 원서를 접수해야 하고, 같은 달 16일에는 수능 모의평가도 예정돼 있다. 수시원서 접수는 9월 23일부터 시작된다.

이날 유 부총리는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수능을 비대면으로 치르거나 문제를 A형과 B형 두 가지로 나눠 실시하는 방식의 대안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능은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시험”이라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수능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비대면이나 그룹을 나눠서 시험을 보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당장 실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김수연 기자
#코로나19#등교중단#학업결손#돌봄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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