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은 PC방-노래방 “방역수칙 지키며 근근이 버텼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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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거리두기 강화 첫날
뷔페 등 12개 고위험시설 업주, 집합금지 명령에 한숨만 깊어져
“임대료-관리비등 月5000만원 지출… 빚만 늘고 알바직원 생계도 걱정”

노래방 불 꺼지고, 남대문시장 손님 뚝… 코로나 재확산 ‘수도권 직격탄’ 19일
 0시 10분경 서울 마포구 홍익대 거리에 있는 한 노래방의 불이 꺼져 있다(위쪽 사진).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노래방과 PC방, 뷔페 등 12개 고위험 시설에 이날부터 집합 금지 명령을 내렸다. 같은 날 중구 남대문시장
 거리(아래쪽 사진)도 코로나19 여파로 찾아오는 이들이 줄어들며 매우 한산했다. 장승윤 tomato99@donga.com·최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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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불 꺼지고, 남대문시장 손님 뚝… 코로나 재확산 ‘수도권 직격탄’ 19일 0시 10분경 서울 마포구 홍익대 거리에 있는 한 노래방의 불이 꺼져 있다(위쪽 사진).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노래방과 PC방, 뷔페 등 12개 고위험 시설에 이날부터 집합 금지 명령을 내렸다. 같은 날 중구 남대문시장 거리(아래쪽 사진)도 코로나19 여파로 찾아오는 이들이 줄어들며 매우 한산했다. 장승윤 tomato99@donga.com·최혁중 기자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PC방.

손님이 없는 PC방에서 사장 박재영 씨(40)가 키보드를 닦고 있었다. 정부는 이날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PC방과 노래방, 뷔페 등 12개 고위험시설에 사실상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박 씨가 꾸려온 PC방 역시 문을 닫았다.

박 씨는 “자꾸만 가게가 눈에 밟혀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어서 나와 청소라도 하는 것”이라며 “갑작스럽게 문을 닫아 심란하고 절망스럽다”고 했다. 박 씨는 18일 고객들에게 PC방에서 팔던 냉동식품을 모두 공짜로 나눠줬다. 어차피 유통기한이 지나면 폐기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박 씨는 “30일까지로 정해진 영업 정지 기간이 만약 더 늘어나면 폐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2차 팬데믹(대유행) 조짐이 보이자 상반기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자영업자들이 또 한 번 수렁에 빠지고 있다. 최근에야 겨우 코로나19의 굴레에서 벗어나나 싶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다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종로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A 씨(66·여)도 영업 정지를 하루 앞둔 18일 부랴부랴 가게를 정리하는 와중에 한숨만 나왔다고 한다. A 씨는 “아주 조금씩 손님들이 늘어나 그나마 숨통이 트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구청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맥이 탁 풀렸다”며 “그동안 QR코드 검사와 소독을 철저히 했는데 모든 게 허사가 됐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영업을 멈춘 자영업자들은 벌써부터 임차료와 관리비 걱정이 앞선다. 인천의 한 PC방 사장인 B씨는 “매달 대출 상환금액만 수백만원에 이른다”면서 “개업 반년 만에 코로나19가 터져 빚만 늘어났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원 6명도 당장 생계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다.

12개 고위험시설에 들지 않은 자영업자들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복권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56·여)는 “혹시라도 내가 감염이 됐다가 가족에게라도 옮길까 봐 너무 불안하다. 그렇다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처지에 문을 닫을 수도 없다”고 했다. 종로구의 한 카페 주인인 C 씨는 “6, 7월에 매출이 그나마 올랐다가 최근 수도권 카페에서 집단 감염이 나오면서 매출이 상반기보다 더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군 장병들의 휴가가 3개월 만에 다시 통제되자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던 인근 지역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장병들의 소비가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이들은 이미 2월 약 두 달 동안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강원 양구군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45)는 “장병은 물론 여름철 휴가객들 발길도 끊겼다. 양구에서 열리던 운동대회들도 취소돼 관련 손님들도 오질 않는다”며 “국가가 있어야 개인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다들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게 뻔한 상황이라 자영업자들은 한마디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두 번 맞는 처지”라며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지원 정책을 다시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소영 ksy@donga.com·박종민·조응형 기자

#코로나19#수도권 확산#자영업자#2단계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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