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지치지만 실종자 가족 생각하면…”

  • 동아일보

의암호 사고 실종자 2명 찾기 활발… 13일째 수색 이어지며 피로 누적
대원들 수풀 헤쳐가며 정밀 수색

강원 춘천시 의암호 전복사고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대원들이 북한강으로 들어가고 있다. 소방과 경찰, 군, 시 공무원 등이 매일 1000명 이상 투입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강원 춘천시 의암호 전복사고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대원들이 북한강으로 들어가고 있다. 소방과 경찰, 군, 시 공무원 등이 매일 1000명 이상 투입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18일 오전 강원 춘천시 서면 덕두원리 북한강에서는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한 수색이 한창이었다. 하늘에서는 헬기와 드론이 연신 날아다녔고, 수상에서는 보트와 보드를 탄 대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강변에서는 도보를 통한 수색활동이 활발히 펼쳐졌다.

사고 발생 13일째인 이날도 오전 6시부터 소방과 경찰, 군, 춘천시청 직원 등 1313명의 인력과 173대의 장비가 투입됐다. 포클레인 4대를 동원해 수색을 방해하는 강변의 우거진 수풀과 잡목을 제거하는 작업도 이날부터 시작됐다.

긴 장마가 끝난 데다 상류의 소양강댐이 방류를 중단해 북한강 수위가 낮아진 덕분에 수색 작업 환경은 전에 비해 한층 나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흙탕물이 유입돼 수중에서는 시야 확보가 어렵고, 각종 부유물이 떠내려와 수색대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무엇보다 한낮 30도를 웃도는 폭염은 수색대원들에게 최대의 적이다. 이날 오전 9시 반경 만난 육상 수색조 소방대원들은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이마에서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수상 수색대원들도 구명조끼와 헬멧 등 장비를 착용한 탓에 순식간에 땀투성이가 됐다.

이날 주요 수색 구역은 사고 지점에서 3km가량 떨어진 강촌교∼춘성대교 구간이었다. 앞서 3명의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된 지점이다.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우거진 수풀 속에서 포클레인이 무성한 잡초와 잡목을 제거하면 소방대원들이 그 뒤를 따르면서 정밀 탐색을 하는 작업이 계속됐다.

사고수습대책본부는 수색대원들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원들이 지치지 않도록 격일 교대 근무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했다. 대원들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장비를 점검하고 안전교육을 받도록 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오후 9시가 돼서야 끝내던 수색작업을 17일부터 오후 5시로 앞당겼다. 다만 수색 재개는 종전처럼 오전 6시에 시작한다.

그러나 수색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색대원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정재필 춘천소방서 구조구급계장은 “수색이 장기화되면서 대원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체력 소모가 심해지고 있다”며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생각하면 수색을 조금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말했다.

6일 의암호에서 인공수초섬을 떠내려가는 것을 막으려 작업하던 3척의 배가 전복돼 승선자 8명 가운데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2명은 춘천시 환경감시선에 타고 있던 기간제 근로자들이다.

한편 18일 춘천시청 앞 광장에서는 이번 사고로 순직한 고 이영기 주무관(32)의 영결식이 춘천시장(葬)으로 엄수됐다. 이 주무관은 아내의 출산으로 특별휴가 중이었지만 자신이 담당하는 인공수초섬이 유실됐다는 소식에 출동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춘천시는 이 주무관을 8급에서 7급으로 1계급 특진 추서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의암호#실종자#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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