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물살에 80㎞ 떠내려간 소, 살아남다니”…합천 한우, 무사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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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8월 11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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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경남 밀양시 하남읍 야촌마을 낙동강 둔치에서 발견된 한우를 이영기·이도빈 부자가 살펴보고 있다. 이 한우는 합천에서 밀양까지 약 80㎞ 물길에 떠내려갔다가 무사히 구조됐다.2020.8.11.© 뉴스1
11일 오전 경남 밀양시 하남읍 야촌마을 낙동강 둔치에서 발견된 한우를 이영기·이도빈 부자가 살펴보고 있다. 이 한우는 합천에서 밀양까지 약 80㎞ 물길에 떠내려갔다가 무사히 구조됐다.2020.8.11.© 뉴스1
“그 센 물살에 떠내려간 소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저도 궁금해요.”

장마와 집중호우로 경남 합천군 황강의 제방이 유실되는 등 물난리가 난 울곡면의 한 축사를 관리하는 이도민씨(29)가 한 말이다.

11일 오전 경남 밀양시 하남읍 야촌마을 낙동강 둔치에서 한우 한 마리가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계당국은 소 귀에 붙은 일련번호를 확인한 결과, 합천의 도민씨와 아버지 이영기씨가 운영하는 축사에서 기르는 86개월된 암소였다.

합천에서 밀양까지 무려 80㎞에 달하는 낙동강 물길에 떠내려가 발견된 것이다. 발견당시 소는 둔치 인근에서 태연히 풀을 뜯고 있었다. 크게 다친 곳도 없이 외간상 멀쩡한 상태였다.

도민씨는 “밀양에서 처음 왔을 때는 다소 흥분한 상태였지만 차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면서 “당장에 물이나 사료를 주기 보다는 안정된 상태를 찾고 난 다음에 수의사를 불러 건강상태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물난리를 처음 겪었고, 이런 이례적인 일도 처음 겪어 어떻게 된 일인지 저도 도통 모르겠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소를 오랫동안 키우신 분들이 말씀하시길 ‘소가 수영도 잘하고 생존력도 있어서 헤엄을 쳐서 산으로 올라가곤 한다’고 했다”며 “최근 전라도 구례 쪽에서도 도로 위를 떼지어 달리는 소, 지붕에 올라가 있는 소 등이 보도된 적 있다”고 전했다.

도민씨 농장에는 당초 83마리의 한우를 키우고 있었다. 이번 폭우로 대부분 소가 떠내려갔다가 현재까지 총 58마리를 찾았고, 13마리는 폐사, 나머지는 아직 유실된 상태다. 이로 인한 피해액만 4억원으로 추산했다.

그는 지난 9일 폭우를 생각하면 아직도 불안감이 엄습한다고 전했다. 축사를 두 군데로 나눠 한우를 키우고 있었는데, 오후 1시부터 한 축사에 물이 꽉 차버려 들어갈 수도 없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떠내려가는 소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지대가 다소 높았던 다른 축사에는 소들이 목까지 물에 잠겨 겨우 고개만 내밀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송아지들은 손써보지도 못하고 모두 폐사했다고 설명했다.

물살에 떠내려갔던 소들은 산에서, 다른 농장의 축사 등 곳곳에서 되찾아 왔다.

도민씨는 “이번에 밀양에서 찾은 소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경황도 없었고 어느 누가, 수십 킬로미터를 떠내려간 소가 살아 돌아올 거라 생각했겠냐”고 되물었다.

또 “이 소는 살을 찌워 파는 소가 아니다. 번식우다. 지금까지 송아지 7마리를 낳았다”면서 “이렇게 큰일을 겪은 소인데, 아프지 않게 잘 키워 보겠다”고 말했다.

(경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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