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울 더해 ‘장마 우울’…“이러다 미치겠어요”

  • 뉴스1
  • 입력 2020년 8월 11일 13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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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양재천 산책로에서 시민들이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하고 있다. 강남구는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 확산 차단을 위해 폐쇄했던 양재천을 이번 주말에 한해 일방통행 형식으로 개방했다. 2020.4.26 © News1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양재천 산책로에서 시민들이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하고 있다. 강남구는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 확산 차단을 위해 폐쇄했던 양재천을 이번 주말에 한해 일방통행 형식으로 개방했다. 2020.4.26 © News1
취업준비생 정현주씨(26·가명)는 최근 집에 있으면 일부러 신나는 음악을 커다랗게 틀어놓는다. 듣기 싫어도 들리는 빗소리를 가리기 위해서다. 햇빛을 보지 못한지 오래됐다는 그는 계속해서 내리는 비에 무기력감을 호소했다.

원래도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오랫동안 장마가 이어지니 요새는 점점 더 기운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요새는 아침에 일찍 눈을 떠도 주변이 어두워 다시 잔다”며 “비가 오니 나가기 싫어 잡혀있던 치과 예약도 취소했다”고 말했다.

중부지방 장마가 49일째 이어지며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하는 등 폭우가 이어지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코로나 블루(우울)’에 시달리던 시민들에 ‘장마 블루(우울)’까지 덮친 모양새다.

11일 기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살펴보면 계속되는 비에 계획된 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반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야구 경기 일정을 언급하며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장마 때문에 취소될 것 같다”며 우울해했다. “다음날부터인 휴가를 기차여행으로 준비했는데 기차가 운행중지가 됐다”며 버스로는 여행을 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반응도 있었다.

아들을 군에 보냈다는 다른 네티즌은 “대민지원 나가는 아들이 사고 없이 안전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코로나19에 장마까지 겹쳐 아들 얼굴 보기가 정말 힘들다. (휴가에) 한창 들떠 있었을텐데 속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뉴스1>이 만난 시민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직장인 김모씨(28)는 “처음 장마가 시작했을 때는 비를 즐기려 했는데, 비가 내려도 너무 내리는 것 같다”며 “폭염도 싫지만 이번 장마는 지긋지긋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해를 못봐서 그런지 일상이 괜히 축축 처지는 기분이다. 자동차도 없어서 주말에도 외출하지 못하고 실내에서 놀게 된다”고도 말했다.

정씨와 비슷하게 평소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심형석씨(27)는 최근 기분을 ‘맑은 날이 없으니 미치겠다’고 표현했다. 기분 전환을 하려고 무언가를 시도해도 나아지지 않고 해야 할 일도 손에 잘 안잡힌다는 것이다.

그는 “보통 밤 12시에 자서 아침 7시쯤 일어나는데, 최근에는 오후 5시에 자서 새벽 1시에 일어난 적도 있다”며 “햇빛이 없으니 생활 리듬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때문에 안 그래도 바깥을 잘 못나가 힘들던 시민들이 홍수나 비 피해까지 겹쳐 정신적으로 더 힘들 수 있다”며 “수면 패턴과 식습관 등을 잘 유지하고 가벼운 운동도 하면서 건강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내리는 비는 불규칙한 편이라 불쾌지수도 더 높은 것 같다”며 “다들 날이 서있는 시기인 만큼 다른 사람과 대면할 때에도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대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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