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역사’ 나주배,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추진

  • 동아일보

나주시, 특산물 브랜드 육성 위해
5개 전문기관과 업무협약 체결
이르면 10월말 최종 결정

전남 나주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배를 생산하는 최대 산지다. 지난해 2192농가가 4만7952t을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했다. ‘나주는 모르지만 나주 배는 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나주배는 나주의 역사와 문화, 경제를 상징하는 특산물이 됐다.

나주시가 500년 역사의 나주배를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받는 사업을 추진한다. 나주배의 역사성과 농업적 가치를 높이고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앞서 나주시는 6월 3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나주배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신청했다. 이르면 10월 말에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나주시는 최근 나주배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위해 5개 전문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와 호남원예고, 나주배원예농협, 나주배연구회, 남도학연구소 등이다. 기관별로 나주배 농업유산 지정을 위한 연구·자료 공유, 보전관리, 활용사업, 홍보 분야를 담당한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국가가 보전하고 전승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농업유산이다. 100년 이상 농업·농촌지역 환경과 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며 형성된 유·무형의 농업자원이 해당된다. 자치단체가 지정을 신청하면 농업유산자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현장조사를 벌인 뒤 최종 결정한다.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 농촌의 다원적 자원을 보전하고 전승, 활용하는 데 필요한 국비를 지원받아 농업유산의 자원조사, 관리계획 수립, 주민교육 활용사업 등에 쓸 수 있다. 현재 전국에서 15개가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전남에서는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 구례 산수유 농업, 담양 대나무 밭, 보성 전통차 농업시스템, 장흥 발효차 청태전 농업시스템 등 5개가 포함됐다.

나주배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1454년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주목의 토공물(土貢物) 목록에 나주배가 들어 있다. 1871년 발간된 호남읍지에는 나주배를 임금에게 바친 진상품으로 기록했다.

근대화된 배 재배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인들이 나주 금천면에 만삼길 품종 100그루 재배를 시작으로 신고, 금촌추 등 다양한 품종을 들여왔다. 1913년 송월동에 거주한 주민이 대량 생산·판매를 목적으로 과수원을 처음 조성했다. 나주배는 1929년 조선박람회에 출품돼 동상을 수상하며 나주를 대표하는 농산물로 유명해졌다.

나주시는 나주배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2018∼2022년 원예산업 종합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노후화된 산지유통시설 현대화 사업에 169억 원을 투입한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 신품종과 가공식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양한 소비 기호를 맞춰 신고배 위주의 배 재배를 국내 육성 품종으로 전환해 수요를 확대할 방침이다.

배즙에 치중된 가공제품의 다양화, 차별화를 목표로 이화쌀케이크, 배구움빵 등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나주배 와인 출시를 위한 보해양조와의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나주배를 활용한 슬러시 에이드 팥빙수 요구르트 등 4종의 가공음료를 출시하기도 했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3000t을 수출한 데 이어 올해는 목표치를 3500t으로 늘려 잡았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나주배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통해 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세계적인 명품 과일로 육성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나주배#특산물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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