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에 반하는 것’ 秋 경고에도…대검 “특임검사 도입 필요” 尹에 보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6일 2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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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은 전문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함이 상당하고,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헌정 사상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과 관련해 3일 전국 고검장과 검사장 회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외에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다수 의견을 낸 것으로 6일 뒤늦게 밝혀졌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고검장과 검사장 회의 보고서를 윤 총장에게 6일 오전 보고했고, 윤 총장은 자신의 최종 입장을 밝히지 않고 이 보고서를 그대로 이날 오후 법무부에 전달했다.

앞서 추 장관은 고검장 회의가 진행되던 3일 오전 11시경 추가 입장문을 내고 “(채널A 이모 전 기자의 신라젠 취재와 관련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이미 때늦은 주장으로 그 명분과 필요성이 없음은 물론 장관의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검은 2일 윤 총장이 결정권을 가진 자문단 구성 절차 등을 중단하는 대신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외에 총장 지휘를 받지 않는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는 중재안을 법무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추 장관이 특임검사 도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사실상 두 차례나 냈는데도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들이 추 장관에게 ‘반기’를 든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관용차량이 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지하주차장을 나서고 있다. 2020.7.6/뉴스1 © News1
윤석열 검찰총장 관용차량이 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지하주차장을 나서고 있다. 2020.7.6/뉴스1 © News1

만약 윤 총장이 보고서 내용대로 이르면 7일 최종 입장을 밝힐 경우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특임검사를 검찰총장이 직접 임명하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배제하는 방안 등을 놓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은 의미가 없다. 윤 총장의 최종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시에 대해 일부라도 재고 요청을 할 경우 즉시 재지휘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30분 내에 재지휘권을 행사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재지휘를 거부할 경우 법무부의 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달 안에 단행될 가능성이 있는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로 윤 총장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은 윤 총장에게 보고서를 전달한 직후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외부에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의 최종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대검이 중간단계의 회의 결과를 공개하면서 추 장관을 상대로 여론전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보고서에는 우선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적인 특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이 포함됐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소집을 결정한 전문수사자문단 절차는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공통 의견도 들어가 있다. 3일로 예정됐던 자문단 회의는 이미 취소된 상태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기존 수사팀이 특임검사의 권한을 갖고 수사를 하게 해달라고 윤 총장에게 공개적으로 항명했는데, 검사장급 이상의 고위간부들은 이 지검장 대신 윤 총장의 입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어 “총장에 대한 지휘감독 배제 부분은 사실상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 또는 부당하다”는 다수 의견도 보고서에 들어가 있다. 추 장관의 두 번째 수사지휘 내용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해 결과만 윤 총장에게 보고하라는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사지휘권 발동을 검찰총장의 거취와 연계될 사안이 아니어서 윤 총장의 자진 사퇴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원 일치 의견으로 보고서에 넣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윤 총장의 재고요청과 추 장관의 재지휘, 윤 총장의 지휘거부, 추 장관의 감찰 등 상당시간 양 측의 강 대 강 대결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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