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민노총, 국민 눈높이와 안 맞아”…내년 최저임금 놓고 ‘노노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4일 20시 01분


코멘트
© News1
© News1
양 노총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노사정 대화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최저임금 25.4% 인상 요구 등 민노총의 강경 노선에 한국노총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노총의 최저임금 요구안 기습 발표에 대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임금과 고용을 맞바꾸는 게 과거 방식이라는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과거의 방식이면서도 사회적 대화의 전형적인 방식이기도 하다”고 반박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원팀’으로 호흡을 맞춰야 할 민노총이 국민 여론과 거리가 있는 무리한 요구로 노동계 입지를 줄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으로 올해보다 25.4% 인상된 1만770원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코로나19로 기업의 경영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과도한 인상폭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날 한국노총은 구체적인 최저임금 요구안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올해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을 고려해 내년도 최저임금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한국노총이 자체 조사한 올해 전체 노동자 임금인상률은 3.9~6.6%. 올해 최저임금 8590원에서 6.6% 인상을 적용하면 9157원이 된다.

김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대기업의 임금을 동결하더라도 취약계층이 영향을 받는 최저임금 인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민노총과 협의해 노동계 공동 요구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근로자 위원 중 한국노총 몫은 5명, 민노총은 4명이다. 노동계는 지난해 19.8% 인상된 1만 원을 최저임금으로 요구했다.

최저임금을 놓고 양 노총의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도 삐걱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심의시한인 29일 전 노사정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달 말까지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지 못하면 대화에 불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기존 대책만 반복하며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고, 사용자 단체는 재벌들의 민원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 중인 노사정 대화는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지원에 소극적이라는 노동계의 불만도 크다. 노사정 대화에서 부대표급 회의에 참여 중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사 간 의견 충돌이 있는 7가지 중 3가지는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말했다. 고용보장과 임금인상 자제 혹은 삭감을 어느 수준에서 맞바꿀지가 핵심 의제다. 노사정은 이달 30일 대표자급 회의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게 목표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