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직 월급받은 ‘무늬만 부사장’…대법 “근로자로 봐야”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22일 0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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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보험계리사'로 일한 뒤 퇴직금 청구
1심 "프리랜서지만 근로자로 인정" 일부 승소
2심 "부사장으로 불려…근로자 아닌 주주사원"
대법 "다른 직원과 차이없는 급여받아 근로자"

회사의 임원이어도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일하고 다른 직원과 처우가 다르지 않아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A씨가 보험계리법인 B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03년 B사에 입사해 프리랜서 형태의 보험계리사로 일하면서 급여를 사업소득 형태로 받았다. 일정한 시간에 사무실로 출근하며 매달 같은 날에 일정 액수의 급여를 받긴 했으나 4대 보험에 가입하지는 않았다. 지난 2006년에는 A씨가 B사에 출자해 사원이 됐고, B사는 2014년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조직을 변경했다.

이후 A씨는 2015년 12월까지의 퇴직금 6577만5000원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이 명목상 프리랜서나 임원의 지위에 있었지만 사실상 일반 근로자와 같았다는 이유에서다.

1심은 A씨가 프리랜서 형태로 일했어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봤다. 정시 출퇴근을 하고 일정한 금액을 받았으며, 사용자가 정한 업무 내용에 따라 종속적인 관계로 일을 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A씨 등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던 보험계리사들도 사무실로 정시 출퇴근을 하고 매월 20일에 일정한 액수의 급여가 지급됐다”라며 “B사가 직원들에게 업무를 할당한 계획서가 있었고 그에 따라 근무한 점에 비춰봤을 때 A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는 일정 기간 유한회사의 출자좌수를 취득한 사원의 지위에 있었다. 유한회사의 사원은 종속적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청구액의 절반 수준인 3369만1140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A씨가 입사 초기부터 관리자로 근무했다고 보인다며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A씨가 지난 2005년부터 설립자를 대신해 업무를 총괄했고, 근로자보다는 주주에 가까운 주주사원이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은 “설립자가 이민을 간 후 A씨가 그를 대신해 업무를 총괄했고 부사장으로 호칭됐다”라며 “B사는 직원 급여를 회사계정에서 지급하고, 주주사원에 대한 용역비는 다른 계정에서 집행했는데 A씨는 주주사원 계정에서 용역비를 수령했다”고 언급했다.

또 “B사에는 주주사원에 대한 퇴직금 지급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A씨는 입사 초기부터 일반 근로자가 아닌 관리자로 근무했다고 볼 사정이 존재하고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단정할 증거가 없다”며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은 또 달랐다. 명목상 관리자나 임원이라도 실질적 처우 등을 감안해 근로자로 봐야한다는 판단이다. 급여 지급 방식이나 4대 보험 가입 여부는 사용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의 임원이라고 해도 지위가 형식적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며 보수를 받았다면 그런 임원은 근로자에 해당한다”라며 “A씨는 부사장으로 호칭됐으나 보수, 처우 등에서 다른 보험계리사들과 비교해 차별화된 우대를 받은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를 비롯한 주주사원들은 실적에 근거해 이익배당을 받은 게 아니라 편차가 거의 없는 비슷한 수준의 고정 급여를 받았을 뿐”이라며 “주주사원들이 B사의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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