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형 권분운동’ 나눔-돌봄 시민운동으로 자리매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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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의 이웃 나눔 운동 ‘권분’
코로나19 극복 위해 순천서 제안
소외계층에 쌀-마스크 등 전달
기업체-공공기관서도 기부 동참

전남 순천시 사회복지협의회는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무료 급식대상자 등 취약계층 500명에게 5차 권분상자를 전달했다. 순천시 제공
전남 순천시 사회복지협의회는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무료 급식대상자 등 취약계층 500명에게 5차 권분상자를 전달했다. 순천시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에 처한 소외계층을 돕는 ‘순천형 권분(勸分)운동’이 나눔과 돌봄 시민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남 순천시는 3월 22일부터 6월 1일까지 5차례에 걸쳐 코로나19 영향으로 생활이 힘들어진 소외계층 4500명에게 권분상자를 전달했다고 3일 밝혔다. 권분상자에는 쌀, 김치, 라면, 과일, 계란, 마스크, 샴푸, 치약 등이 담겨 있다.

1, 2차 권분상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무료급식이 중단돼 끼니를 걱정하는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에 전달됐다. 이어 3∼5차 권분상자는 다문화가정과 장애인, 대안학교 청소년 등에게 전달됐다. 특히 지역아동센터에는 고구마, 시리얼 등을 담은 권분상자를 보내는 등 취약계층이 필요한 생필품을 제공하는 데 신경을 썼다. 홀몸노인 나모 씨(67)는 “권분상자에 담긴 쌀, 라면 등이 힘든 생활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권분은 조선시대 흉년이 들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관청에서 부유층에게 재물 나누기를 권했던 미풍양속이다. 허석 순천시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3월 초 취약계층을 위해 순천형 권분운동을 각계에 제안했다.

팔영청과 송광현 대표가 기부한 5000만 원이 순천 권분운동의 씨앗이 됐다. 이후 허 시장, 고영진 순천대 총장, 순천시청 직원 등의 기부가 이어져 2차 권분상자를 만들 수 있었다. 또 순천상공회의소 회장단, 박종인 연우산업 대표, 신명균 나라판넬 대표 등도 권분상자를 보내는 데 써 달라며 성금을 쾌척했다. 신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도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운동에 동참하게 됐다”며 “지역의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업도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분운동에는 주민과 사회봉사단체 회원 350명이 참여했다. 권분상자 포장에는 순천시자원봉사센터, 대한민국해병대 순천시 마린클럽, 순천시 여성예비군소대 등이 힘을 보탰다. 봉사단체인 라일락 김경애 회장은 “회원 50여 명이 권분상자 포장에 3차례 참여했다. 마트 등에 나가기 힘든 시골의 홀몸노인들이 권분상자를 받고 좋아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순천시는 권분운동에 동참하는 단체와 기관 등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지속적인 시민운동으로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허 시장은 “권분운동이 지역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순천형 권분 운동#코로나19#코로나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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