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권 침해로 공사중단 위기에 놓인 아파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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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파크 푸르지오 일부 가구에 인천지법, 건축 불가 결정 내려
220가구 원주민 입주차질 예상
임대사업자와 법적분쟁 가능성도

인천 동구 송림동 ‘송림 파크 푸르지오’ 아파트 신축 현장. 최근 인천지방법원이 이 아파트가 뒤편에 보이는 솔빛마을 주공아파트의 일조권을 침해한다며 220채에 대한 공사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인천도시공사가 해법 찾기에 나섰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천 동구 송림동 ‘송림 파크 푸르지오’ 아파트 신축 현장. 최근 인천지방법원이 이 아파트가 뒤편에 보이는 솔빛마을 주공아파트의 일조권을 침해한다며 220채에 대한 공사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인천도시공사가 해법 찾기에 나섰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천 동구 송림동 수도국산 인근에서 태어난 김은 씨(65)는 요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수십 년간 낡은 주택에서 살아 온 그는 2022년 9월경 새 아파트 입주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자신이 입주할 아파트 현장의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김 씨는 지은 지 30∼40년 된 낡은 주택의 이주와 철거를 마치고 지난해 5월경부터 공동주택 2562채를 짓는 ‘송림 파크 푸르지오’의 입주 예정자다. 일명 ‘송림초교 주변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기업형 임대주택사업)으로 인천의 대표 공기업인 인천도시공사가 주관하고 있다.

22일 4층까지 올라온 아파트 공사현장을 찾은 김 씨는 “나는 이 동네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다. 18년 전 옆 우리 마을 바로 옆 솔빛마을 주공아파트가 신축 공사를 할 때 소음과 분진 공해에 죽을 만큼 시달렸지만 참았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를 비롯해 이 동네에서 수십 년째 살아온 원주민 수분양자(378가구)들이 아파트 공사 중단을 걱정하며 시름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지방법원이 4월 22일 일조권 침해가 인정된다며 인천도시공사가 시행하는 송림파크 푸르지오의 일부 가구에 대해 건축 불가 결정을 내려 조만간 건축공사가 멈출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솔빛마을 주공아파트 입주자’(179명) 등 채권자가 제기한 공사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은 채무자(인천도시공사)가 건축하고 있는 아파트 103동, 104동, 105동, 110동 등 일부 층수에 대한 공사를 금지할 것을 명령했다. 이로 인해 송림파크 아파트 2562채 가운데 220채를 짓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현재 4층 정도 아파트가 올라간 상태로 일조권을 침해하는 10층 높이의 아파트가 올라가는 7월 중순에는 공사를 멈춰야 한다.

인천지법은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권자들에게 사회 통념상 수인 한도를 넘는 일조방해가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인천도시공사는 솔빛마을 주공아파트 주민들과 대화를 모색하면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공사가 멈춰 입주가 늦어질 경우 송림 파크 푸르지오 원주민 입주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고 뉴스테이 임대사업자와의 법적 분쟁까지 예상된다.

도시공사는 당초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1997채를 3953억 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하고 이미 잔금을 뺀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은 상태다. 더욱이 2022년 8월까지 아파트를 준공해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넘겨야 해 제때 아파트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10%의 지연 이자를 비롯해 추가로 손해 배상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송림 파크 푸르지오 정비사업은 2005년 동구 주민의 숙원 사업으로 이들의 요청을 받아 들여 사업을 추진했다.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지은 지 수십 년 된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송림동 일대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09년 사업시행 인가를 받아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10여 년 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이후 원주민마저 열악한 주거환경을 버티지 못해 떠나면서 폐가와 공가 수가 급증했고 건축물 붕괴 위험까지 생겨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재개하라는 주민의 요구가 급증했다.

결국 국토교통부와 인천시가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을 지원했고 인천도시공사가 사업을 다시 맡아 진행하고 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새 보금자리 입주를 기다리는 주민들의 오랜 바람이 자칫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문의가 공사로 빗발치고 있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송림초교 주변구역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으로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공익성이 높다”며 “일조권을 침해받는 주민 대표단과 원만한 합의를 통해 본 사업이 하루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합의점을 찾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일조권 침해#송림파크 푸르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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