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수자들이 주로 찾는 서울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들의 자발적인 검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동선이나 직장 등 세부 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달 초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던 일일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11일 기준 35명, 12일 27명 등 두 자리로 늘었다.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자 방역 당국은 4월 24일부터 5월 6일까지 이태원 소재 유흥시설을 방문한 이들에게 자진 검사를 당부했다. 하지만 상당수는 연락 두절인 상태로,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사람들 중 성 소수자들이 적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자신을 성 소수자라고 밝힌 A 씨는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본인은 원하지 않는데,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강제로 밝혀지는 ‘아웃팅’(Outing·성 소수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적 지향·정체성이 노출되는 일)이 현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위 사람들이나 혹은 내 부모님에게까지 성적 정체성을 숨겨온 사람들이 갑자기 만천하에 이게 공개된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압박과 심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지금 온라인 커뮤니티나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만 보더라도 일방적인 비난을 넘어 혐오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인데 주변에서는 내가 ‘아웃팅’되느니 차라리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사회적으로 죽을지 말지 기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검사를 안 받으면 얼마의 벌금이다, 얼마의 징역형이다 이렇게 접근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아울러 “양성 판정을 받게 되면 내 본성이 공개될 것이고, 어디 사는지, 나이, 직장이 어디에 있는지 이런 것들이 공개될 것이기 때문에 두려움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라며 동선 공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성 소수자들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게끔 용기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정치권에서도 방역을 위해 성 소수자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방역을 어렵게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회적 비난이 확진자 조기 발견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중안재난안전대책본부는 방문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시설 방문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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