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개학 언제하나요?”…코로나로 지친 엄마들의 푸념

  • 뉴스1
  • 입력 2020년 4월 23일 14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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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신동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2020.4.16 © News1
서울 서초구 신동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2020.4.16 © News1
#초등학생 5학년, 2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 A씨(42)는 면세점에 다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현재 무급휴직 중이다. A씨는 코로나19로 2개월 이상 등교개학이 미뤄진 데 따라 집에서 머물며 자녀들을 돌보고 있다.

그는 불안한 마음에 학원을 보내는 대신 자신이 직접 학습을 주도하거나 온라인 수업을 신청해 부족할 수 있는 학업을 보충하고 있다. 마침 자신이 무급휴직 중이라 자녀들을 돌보는데 문제가 없지만 내달 복직을 앞두고 있어서 등교개학이 예상보다 늦어지면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부탁드리는 방법 외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A씨는 퇴사도 고려하고 있지만, 재취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결정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 중인 B씨(36)는 올해 초까지 어린이집에 다니던 5세 자녀를 유치원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아직 한 번도 등원하지 못하고 집에서만 자녀를 돌보고 있다. ‘긴급보육’ 형태로 유치원에 등원시키는 부모들도 있었지만, 전업주부인 B씨는 자녀를 외부로 내보내기 불안한 마음에 집에서만 돌봐왔다.

B씨는 수개월째 온종일 집안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피로도가 높아졌다고 토로했다. B씨는 “살림과 육아는 당연히 해야할 일이어서 이렇게까지 피로할 이유가 많지 않은 데, 아무래도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보니 답답해서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며 2학년, 7세 자녀를 둔 C씨(36)도 A, B씨처럼 집에서 자녀들을 돌보고 있다. 외출을 거의 하지 못하고 좁은 집에서만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보니 등교개학이 간절하다고 했다. C씨는 “다음달에 등교개학을 한다고 하는데 또 어디선가 집단감염이 일어나면 미뤄지게 되는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어디선가 또 대규모 감염이 일어나지 않을지 계속 뉴스를 보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내달 초 초·중·고등학교 등교개학 시기와 관련 지침을 예고하면서 집에서 자녀를 돌보고 있는 부모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일각에선 섣부른 등교개학 결정으로 코로나사태가 재발한 싱가포르의 사례를 들며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방역당국은 현재의 진정세가 이어질 경우 큰 문제가 없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감염병 전문가 협의와 질병관리본부 등 관계부처, 교원 및 학부모 등과 협의를 거쳐 내달 3일 등교개학 최종 계획을 발표한다. 정부의 범국민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안이 5월 5일까지 이어지는 만큼 가장 빨라도 6일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등교 개학에 대해서는 이번주, 다음주 발생동향과 위험도를 분석해서 교육부가 중대본과 방대본, 각 지자체의 의견수렴을 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8명이다. 이로써 확진자 수는 15일째 50명 이하를 기록했다. 정부는 진정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통제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9일부터 사상 처음 온라인 개학을 시작했지만, 경험이 없는 데다 접속지연 등 예상 못한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고 학습효과도 어느 정도일지 장담하기 어려워 등교개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A씨는 “원격 수업을 하다보니 집중도가 크게 떨어지는 모습이라 붙어있어야 한다”며 “접속이 안 되거나 느릴 때도 있어서 등교개학보단 학습효과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아직 ‘심각’ 단계가 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등교개학이 다소 이른 판단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들은 면역력도 약하고 서로 간의 접촉도 많아 자칫 공든탑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 모범대응 국가로 불렸던 싱가포르도 지난달 일일 신규확진자수가 50명을 넘지 않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등교개학을 추진했다가 집단감염이 속출했고 현재 확진자 수가 1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비슷한 절차를 밟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세균 총리도 지난 16일 “싱가포르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학교의 문을 여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직접 관련된 일이라 보수적인 자세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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