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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밀폐공간이 증폭시킨 감염… ‘객실격리 늑장’ 日 대처 도마에

입력 2020-02-08 03:00업데이트 2020-02-08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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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확산]日크루즈선 대규모 환자 발생, 왜?
좁은 해상 공간서 함께 생활… 감염경로 불투명 추가 환자 가능성
日, 홍콩남성 확진 2일 통보받고도 3일간 승객 방치… 뒤늦게 선실대기
中 크루즈선도 2명 확진 비상… 美입항 中탑승객 12명 증상 호소
일본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일본 전체가 공포에 휩싸였다. 중국 크루즈선에서도 감염자가 탑승했던 것으로 확인됐고, 미국 크루즈선 탑승객의 감염 의혹도 제기돼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수천 명이 좁고 폐쇄된 배 안에서 밀집해 있는 크루즈선의 특성상 한번 퍼진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진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장년층이 크루즈선의 주 고객이라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 사태 축소 급급한 일본

일본 정부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남아 있는 승객들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이날 “세계보건기구(WHO) 측에 감염자들이 일본 입국 전 감염됐음을 설명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WHO도 감염자 현황을 집계하면서 이들을 ‘기타 지역’ 감염자로 분류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7월 24일 도쿄 올림픽 개막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올림픽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WHO에 10억 엔(약 108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 감염자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돈으로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후생노동성은 탑승객 3711명 중 기침과 발열 증상이 없고, 지난달 25일 홍콩에서 내린 80세 홍콩 남성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하지 않은 3438명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선내에서 감염자들과 상당 기간 생활했다는 점에서 검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홍콩 남성이 2일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일본 정부는 5일 오전에야 승객들의 객실 밖 출입을 자제시켰다는 점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 3일간 감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셈이다. 선사 측이 공용 시설에 대한 소독을 제대로 했는지도 불투명하다. 전염병 전문의 미즈노 야스타카(水野泰孝) 씨는 NHK 인터뷰에서 “추가 감염자의 등장은 배를 얼마나 철저히 소독하는지에 달렸다”고 우려했다.

홍콩 남성 외 감염자가 승선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이니치신문은 5, 6일 감염자로 판명된 20명 중 홍콩 남성과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은 2명뿐이며 나머지 18명의 감염 경로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일본 전역에 신종 코로나가 만연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배가 요코하마에 도착하기 전 2일 오키나와에 잠시 들렀다고 보도했다. 당시 약 2600명의 승객이 최소 몇 시간 동안 상륙해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13명이 배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다카야마 요시히로(高山義浩) 오키나와현립 주부병원 감염증내과 부부장은 “춘제(중국의 설) 때 많은 중국인이 일본을 찾았다”고 우려했다.


○ 각국 크루즈선 비상

세계 각국에도 크루즈선 비상이 걸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6일 밤 도쿄 관저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감염자가 탑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홍콩발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의 입국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배는 8일 오키나와현에 기항하지 못하고 곧바로 홍콩으로 돌아가게 됐다.

중국 크루즈선에서도 감염자가 탑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중국을 출발해 베트남, 홍콩 등을 거쳐 중국으로 돌아온 싱멍(星夢)크루즈 스제멍(世界夢)호에서 59세, 33세 모녀 승객이 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배의 승객과 선원은 각각 4482명, 1814명에 이른다. 홍콩 당국은 이 배가 5000명 이상을 감염에 노출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배는 지난달 19∼24일 항해 이후에도 3차례 더 항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7일 미국 뉴저지주에 입항한 ‘로열캐리비안’호의 중국인 탑승객 12명이 신종 코로나 증상을 호소해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ABC방송 등이 전했다. 이 크루즈선은 지난달 27일 미국을 떠났고 카리브해 바하마를 들렀다 복귀했다. 크루즈선 내 집단 감염 공포가 미국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구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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