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기회 달라” “기각”…정경심 재판서 檢-法 고성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9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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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재판을 하고 계십니다.”(검사)

“앉으세요. 재판 진행에 방해됩니다.”(재판장)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 등의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재판부가 언성을 높였다.

재판부가 11일 검찰의 공소장 변경 요청을 불허하면서 시작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것이다. 송 부장판사는 재판을 시작하며 “재판부의 예단이나 중립성을 지적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문제”라며 “이를 계기로 재판부 중립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11일 재판 과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재판부의 예단, 재판부의 중립성 등 각종 이의 제기 의견서를 재판 직전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검찰 측에 해당 의견서 내용을 구두로 진술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재판을 진행하면서 검찰과의 마찰이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의 고형곤 부장검사는 “재판장님 죄송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건 저희로선 부당한 것 아닌가 싶다”고 항의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재판장이 발언 기회를 줄 수 없다고 하자 이광석 강백신 부부장검사 등 검사 8명이 한 명 씩 일어나 재판부에 항의하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이에 송 부장판사는 10여 차례 “검사님, 앉으세요. 앉으세요”라고 제지했고, 수차례 “제가 몇 번 얘기 했어요”라며 말을 잘랐다.

이렇게 10여 분 간 검찰은 “이의 제기 발언 기회를 달라”, 재판부는 “이의 기각하겠다”며 고성이 오갔다. 검찰 측은 얼굴을 붉히며 “이의 제기를 분명히 신청한다. 내용을 안 듣고 (재판장이) 기각했다고 조서에 남겨 달라”고 요구했다. 송 부장판사는 인상을 찌푸린 채 끝내 검찰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이어갔다.

정 교수 측은 정 교수의 동의 없이 녹취된 진술 등이 있다며 검찰의 증거가 위법 수집됐다고 주장했다. 또 압수수색 영장을 확인하지 못해 위법 수집 증거인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재판부와 검찰 간의 공방이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재판부가 변호인의 의견서를 법정 실물화상기에 띄운 뒤 변호인의 구두 진술을 듣고 있자 검찰 측은 다시 반발했다.

검찰 측은 “검사는 발언도 못하게 하고 변호인은 구체적으로 적시하도록 한다. 편파적으로 진행한 부분 정식으로 이의제기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검사 이름이 뭔가”라고 물은 뒤 “발언 기회 안 드린다고 했다. 구체적 답변 필요하면 추가 의견서 내달라”고 말을 이어갔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30년 동안 재판 했는데 이런 재판 진행 본 적이 없다. 검사님은 재판장 발언 제지에도 일방적으로 발언을 계속 한다”고 말해 이번에는 변호인과 검찰이 설전을 벌였다.

재판 마지막 부분에 검찰 측은 “재판장께서 말을 중간에 끊어서 검찰 의견이 전달 안됐는데 적절치 않다. 이 부분 이의 제기하겠으니 이에 대한 결정을 해 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안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재판은 변호인 측이 기록 검토를 마치지 못해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못하면서 공전됐다. 검찰 측은 “주요 수사 대상자들이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어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연내에는 주요 피의자에 대한 기소를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다음 재판을 내년 1월 9일 열기로 했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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