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검사 “윤석열 총장님, 힘 센 쪽에 붙어 편한 길 가시지 그랬나”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9월 30일 15시 40분


코멘트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을 비판하며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열린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검찰 내부와 검사 출신 변호사를 통해 삽시간에 법조계로 퍼졌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소속 장모 검사(40·사법연수원 36기)는 3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총장님, 왜 그러셨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총장님 때문에 검찰이 정치검찰이라 비난받고, 국론이 분열되어 온나라가 어지럽지 않습니까”라며 “검찰의 기존 인사원칙도 과감히 무시하며 임명권자로부터 이리 엄청난 신임을 받으시어 총장님까지 되셨는데 그 의중을 잘 헤아려 눈치껏 수사를 하셨으면 이리 역적 취급을 받지 않으셨을 텐데요”라고 반어적으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적폐수사만 열중하시고 그 공소유지만 애쓰셨으면 되셨을텐데 왜 이리도 정권의 신임이 두터우신 (조국 법무부) 장관님 관련 수사를 열심히 하십니까”라며 “저 역시도 검찰개혁의 문제가 되어왔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특수수사 폐지 내지 축소를 통한 검찰의 권한 축소,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의 문제점 등 내부개혁에 적극 찬성하는 검사이고,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구성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총장님께서 검찰개혁에 저항한다는 오명을 쓰지 않으셨을 텐데요”라고 덧붙였다.

장 검사는 “총장님, 정말 그러셨습니까!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야당과 내통하셨습니까”라며 “설마 아무리 정치적 이해타산을 하지 않으시는 분이라 하셔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무엇이 이로울지 아실텐데요. 지지율도 높고 총장님을 그리도 신임하는 여당 쪽과 내통하시는 게 더 편하지 않으십니까. 조금이라도 힘 센 사람 편에 서는 것이 자기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다 아는데 총장님은 왜 그리하셨다는 의혹을 받고 계십니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 때 총장님을 반대하고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야당 쪽도 이리 엄정하게 수사하시는 총장님을 그리 좋아하는 것 같지 않던데요. 왜 이리 양쪽에서 다 비난을 받고 계신가요”라며 “힘 센 쪽에 붙어서 편한 길 가시지 그러셨습니까”라고 적었다.

아울러 “총장님, 덕분에 앞으로 후배검사들은 살아있는 정권과 관련된 수사는 절대 엄정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수장과 관련된 수사는 신속히 하여서도 아니 되고, 신속한 수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하더라도 적당한 인원의 수사 인력으로 제한하여 압수수색 장소도 적당히 구색 맞추어 몇 군데만 해야 하는 것을 절실히 배웠으므로, 지금의 총장님처럼 비난을 받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비꼬았다.

장 검사는 “이같이 총장이 가는 길과 달리 가고자 하는 게 법치주의 국가이고, 헌법정신에 맞는 것이긴 한가”라고 되물으며 글을 맺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