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수영스타 최연숙 “37년 만의 역영, 너무 행복”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12일 14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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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한국 여자수영 간판 800m 자유형 완주
13분29초36…"더 없이 소중하고 값진 기록이죠"

“이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셈이죠. 건강도 찾고 삶의 활력도 얻고 일석이조가 따로 없죠.”

37년 만에 올라선 출발 플랫폼. 수없이 많은 대회를 치렀지만 이 순간 그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출발 신호가 울렸고, 반사적으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온 힘을 다해 8바퀴를 돌았다.

13분29초36. 전성기 때에 비하면 한참 못미치지만 37년 만의 역영 치고는 값진 기록이다.

왕년의 수영스타 최연숙(60)씨에게 광주 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는 여러모로 뜻 깊다.

12일 오전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여자 경영 800m 경기에 출전한 최씨. 1970년대 중후반 한국여자수영의 기록제조기였던 그였기에, 2년 전 뇌출혈까지 겪은 뒤였기에 이 날의 도전은 더 없이 값지고 의미도 남달랐다.

뇌출혈의 후유증으로 아직 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지만 그는 힘껏 손을 내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지난 6월에야 뒤늦게 훈련을 시작했고 그나마 하루에 겨우 40여 분 정도 밖에 연습할 수 없어서 그는 이번 대회의 목표를 800m 완주로 정했다.
첫 50m는 41초53, 100m를 1분28초82에 끊으며 함께 경기를 펼친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연령대도 다르고 각자의 기준기록도 달라 순위가 의미는 없지만 37년 만에 역영을 펼치는 그에게는 행복, 그 자체였다.

최씨는 역영 끝에 13분29초36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1970년대 당시 세웠던 자신의 최고기록 10분5초와는 비교할 수도 없지만 37년만의 도전, 그리고 60대에 세운 이 기록이어서 오히려 더 값졌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밖으로 나온 최씨는 “이 순간 너무 행복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37년 만에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물을 가르니 이제야 비로소 나를 되찾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애초에 부담은 없었지만 자신과 약속했던 800m 완주라는 목표를 달성해 뿌듯하고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부담없이 수영을 하면서 건강도 되찾고 삶의 활력도 얻겠다”고 말했다.

이날 관중석에는 큰오빠 내외와 조카들이 찾아와 열띤 응원을 펼치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기록과 순위는 의미가 없다고 봐요. 다시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축복이죠.”

37년 만에 다시 풀로 되돌아온 왕년의 수영스타 최씨. 그의 도전이 이제 다시 시작됐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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