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15개교는 2020학년도에 4만3887명을 선발한다. 이 중 정시로는 평균 29.5%를 선발한다.
주목할 부분은 수시전형이다. 15개교에서 수시전형 중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반영해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은 평균 25.3%다. 수능 성적없이 순수하게 내신 등으로만 입학할 수 있는 비율은 45.2%에 불과하다.
학교별로 보면 고려대 학생부종합 일반전형은 인문계열의 경우 4대 등급합 6, 자연계열의 경우 4대 등급합 7이 필요하다. 인문계열 학생이 이 학교 학생부종합 일반전형으로 입학하려면 국어, 영어, 수학, 탐구 등 4개 영역 등급을 합쳐 6등급 이내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상 전 영역 1등급 내외의 성적을 기록해야 한다.
타 대학도 비슷하다. 서울대는 지역균형선발에서 3개 영역 2등급, 중앙대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서 3개 등급합 6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입개편 공론화를 통해 각 대학에 수능위주 전형을 30% 이상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교육당국은 수시가 여전히 70%를 차지하고 있으니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선택형 교육과정을 통해 수시를 준비하는 것이 입시에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조만간 발표할 일반고 전환 자사고 지원책에 선택형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지난 11일 대정부질문에서 “교과선택제, 고교학점제 등을 통해 좀 더 다양한 교육과정의 기회들을 넓혀주는 것이 지금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시위주 입학전형이더라도 실상은 수능 성적이 필요해 자사고로 대표되는 입시위주 교육의 수요는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려는 곳은 서울 주요 중상위권 대학인데 이 대학을 가려면 수능을 놓을 수가 없다”며 “지금으로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능을 대비할 수 있는 체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고의 확대가 학생들의 대입기회를 오히려 축소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사고나 외고 등에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데, 이 학교들이 없어져 우수학생들이 일반고로 분배되면 이들이 내신 성적을 독점해 평범한 일반 학생들의 대입문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내년에는 올해 평가를 받지 않은 15개 자사고를 포함해 외고, 국제고 등 총 51개교가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관계자는 “고교체제는 교육철학과 연결돼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자사고와 특목고 규모가 줄어들면 일반고의 학생들이 내신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고교체제를 두고 발생하는 일련의 논란은 결국 점수 위주로 대학을 진학하는 입시제도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참교육연구소 전경원 소장은 “일반고 전환 논의가 꼬이는 것은 대입제도의 매듭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를 먼저 했어야 했는데 수능 위주 세력에 밀리면서 대입개편의 방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소장은 “내년 외고와 특목고까지 평가의 홍역을 거치면 이 문제의 본질적 성찰이 이뤄지고, 대입제도 개편 논의에 대한 바람이 크게 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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