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한국인 여성 귀국 “위험지역인 줄 알았느냐”는 질문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4일 2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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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직후 인청공항에서 국정원 조사받아


14일 오후 4시 45분 인천국제공항. 한산한 입국장 게이트로 중년 여성이 고개를 숙인 채 걸어 나왔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가 10일 프랑스군에 구출된 한국인 장모 씨였다. 수화물 없이 어깨에 배낭만 걸쳐 멘 장 씨는 빠른 걸음으로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위험 지역인 줄 알고 여행했느냐” “피랍 당시 상황이 기억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공항을 출발한 장 씨는 이날 오후 1시 58분 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지난달 12일 무장단체에 납치된 지 33일 만이었다. 장 씨는 다른 승객들과는 달리 곧장 입국장으로 나오지 못했다. 장 씨는 공항 2층에 마련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재심실에서 2시간 40분 동안 국가정보원이 주축이 된 대테러 합동조사팀의 조사를 받았다. 조사팀은 피랍 당시의 상황과 위험 지역을 여행하게 된 경위를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마친 장 씨는 재심실에서 가장 먼 입국장을 통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공항에 모여 있던 다수의 취재진을 피해 귀가할 수 있었다. 입국장에서 본보 기자와 마주친 장 씨는 “심경이 어떻느냐”는 질문에 대답 대신 두 손을 모으고 목례했다. 공항 청사 앞에 기다리던 가족들은 서둘러 장 씨를 차량에 태우고 떠났다.

장 씨의 귀국 비용은 가족이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장 씨가 항공비를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국고를 지원하지 않았다. 장 씨는 1년 6개월 동안 세계 여행을 하다가 지난달 12일 브루키나파소와 베냉의 접경지역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 1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도착한 장 씨는 말리, 브루키나파소 북부 지역 등 외교부에서 ‘철수권고’를 내린 아프리카 위험 지역을 넘나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장 씨를 비롯해 인질 4명을 구출하다 목숨을 잃은 프랑스 위베르 특공대원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33)와 대원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28) 영결식이 14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파리 군사문화복합시설 앵발리드에서 진행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나폴레옹 황제가 제정한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두 상사의 관에 바쳤다.

고도예기자 yea@donga.com
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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