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기]삼풍백화점 생존자 “‘세월호 지겹다’ 말은 당사자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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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16일 1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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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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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주기인 4월 16일 전국 곳곳에서 추모 행사 등이 이어지고 온라인에서는 추모 글이 올라오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겹다'는 반응에 삼풍백화점 참사 생존자가 "'지겹다', '그만하자'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도 당신들도 아니고 사고를 겪은 당사자들이다"라고 비판했다.

삼풍백화점 참사 생존자라고 밝힌 누리꾼(필명 '산만언니')는 지난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다시 삼풍 생존자가 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이 누리꾼은 지난해 4월에도 같은 제목의 글을 올려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누리꾼은 "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학생이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학생의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왜 그럴까요. 왜 아이들을 잃은 부모에게 그렇게 못되게 굴까요'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일으킬지 잘 모른다고. 모르면 그럴 수 있다고. 알면 그럴 수 없다고. 그 말을 하면 나는 속으로 또 한 번 다짐했다. '아 계속 말해야겠구나. 이게 어떤 슬픔이고 고통인지 사람들이 알 때까지 내가 자꾸자꾸 말해야겠구나'라고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다. 그 일에 대해 '지겹다', '그만하자'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나도 당신들도 아니고 사고를 겪은 당사자들이라고"라며 "또 세월호라는 과적 괴물을 만들고, 그 배가 수학여행 가는 아이들과 여러 귀한 목숨을 싣고 출항하게 만들고, 기어이 그 배가 망망대해로 떠 밀려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만든 세상을 만든 사람들, 이 시대를 사는 어른들은 그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된다고,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은 안 되는 일이라고"라고 했다.

그는 "나는 감히 유가족 분들에게 이런 말도 건네고 싶다. 더는 죄인처럼 살지 말으시라고, 당신들 잘못 아니라고, 당신들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고, 그러니 남들처럼 소리 내어 웃기도 하고, 술도 한잔 하고 노래방도 가고 그러시라고"라고 했다.

이어 "더 큰 죄를 짓고도 잘들 사는데 자식 앞세운 게 무슨 죄라고 소리 내어 웃지도 못하냐고, 지금보다 더 크게 웃고 더 크게 말하라고, 자식새끼 목숨 값으로 받은 보상금으로 속 편하게 산다하는 소리 들으시라고. 뭐 어떠냐고, 그런 말 하는 사람들, 당신들 마음 알아 주기나 할 거 같아 그러느냐고. 그러니 세상아 나 좀 봐라, 살아 남았으니 이렇게 산다, 하고 살으시라고. 나 역시 그럴 테니 당신들도 그러시라고.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억지로라도 우리 그 기억에서 자유로워 지자고. 그렇게 부탁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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