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기탁 할머니에 집수리로 보답한 전남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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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평생 모은 돈 1억원 쾌척… 전남대 직원들 나서 낡은 집 고쳐

전남대에 1억 원의 장학금을 기탁한 김정순 씨가 지난달 장학금 수여식에서 학생을 끌어안고 격려하고 있다. 전남대 제공
전남대에 1억 원의 장학금을 기탁한 김정순 씨가 지난달 장학금 수여식에서 학생을 끌어안고 격려하고 있다. 전남대 제공
지난해 11월 6일 파란색 비닐봉지를 든 70대 할머니가 전남대 총장실로 찾아왔다. 할머니가 들고 온 비닐봉지에는 1만 원권 현금 뭉치와 1000만 원짜리 수표 등 1억 원이 들어 있었다. 할머니는 정병석 총장에게 “이 돈을 뜻있게 써 달라”며 기부했다. 거액의 장학금을 선뜻 내놓은 할머니는 전남 함평군 해보면 용산리에 사는 김정순 씨(74). 김 씨는 23년 전 홀로 된 뒤 함평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광주 상무지구 길거리 좌판시장에 나가 깨, 양파, 고추, 대파, 고구마 등을 팔며 한 푼 두 푼을 모았다.

전남대는 ‘김정순 장학금’을 매년 함평 출신 성적 우수학생 4명에게 300만 원씩 주기로 하고 지난달 11일 첫 장학금을 지급했다. 장학금 전달식에 참석한 할머니는 학생들을 한 명씩 안은 채 일일이 토닥이며 격려했다.

거액을 기탁한 할머니의 집이 낡고 부분적으로 무너지기까지 해 위태롭다는 소식이 대학 측에 전해진 그날이었다. 시설과 직원이 할머니를 모셔다 드리기 위해 집을 찾았는데 안방 천장이 내려앉아 있었다. 퓨즈를 사용하는 낡은 두꺼비집과 전선은 누전이나 화재 위험에 노출됐고 슬레이트로 된 허름한 흙집에는 쥐들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보수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시설과 직원 40여 명은 3개조로 나뉘어 집수리에 나섰다. 짬짬이 시간을 내야 하는 데다 자투리 자재를 이용하다 보니 공사가 보름 넘게 걸렸다. 누전 차단기를 들여놓고 전등을 바꿔 집 안을 환하게 밝혔다. 쥐구멍을 메우고 천장을 수리했으며 도배와 장판도 새로 했다. 내친김에 마루 앞에 새시를 달아 외풍을 막고 마당 배수로까지 정비했다. 5t 정도 되는 쓰레기 처리는 해보면사무소가 도왔다.

최천호 전남대 시설과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억척스럽게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선뜻 내놓은 할머니가 새삼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미안해서 마다했는데도 선생님들이 이렇게 집을 말끔하게 고쳐주니 고맙기 그지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1억 기부#김정순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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