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뒤에도 연락해 “자문 원해”… 경찰 “피해자 위한 범죄로 포장 시도”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33·수감 중)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 씨(34)가 지난해 4월 ‘일본 탐정’을 사칭하며 이 씨로부터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이 씨 관련 정보를 수집하려 했던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경찰은 김 씨가 흥신소 직원을 동원해 이 씨 부모를 미행하고 이 씨 부모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붙여 동선을 추적하는 등 1년여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희진 피해자 모임’ 박봉준 대표(44)는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4월 김 씨로부터 ‘이 씨 관련 제보할 게 있으니 만나자’라는 e메일을 받아 한 차례 만났다. 이후 연락이 없다가 11개월 만인 15일(김 씨 검거 이틀 전) ‘이 씨 어머니 돈을 보내주면 받겠느냐’고 전화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박 씨에 따르면 김 씨가 처음 연락한 시기는 이 씨 형제의 1심 선고일인 지난해 4월 26일. 김 씨는 이날 박 씨와 통화하며 “나는 일본 탐정인데 조사해 보니 언론에 나온 피해가 많이 축소돼 있다. 법원에 가서 사람들(피해자들) 얼굴을 봤는데 이미 (돈을) 다시 찾으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후 김 씨는 연락이 없다가 이달 15일 박 씨에게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김 씨 등이 이 씨 부모를 살해한 지 3주쯤 지난 때였다. 이날 낮 이 씨의 동생(31)을 만나고 몇 시간 뒤 박 씨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김 씨는 박 씨에게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걸 하려고 하는데 자문을 구하고 싶다”며 “이 씨 어머니의 돈을 보내주면 안 받으실 거냐”고 물었다. 경찰은 김 씨가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범행으로 포장하기 위해 뒤늦게 박 씨와 접촉하려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씨는 다음 날인 16일에도 박 씨에게 ‘제보하려고 전화했는데 안 받으시네요. 밀항 준비 중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씨는 17일 밀항 브로커를 만나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박 씨는 “제가 지난해 4월 만났던 사람이 이 씨 부모 살인 용의자라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안양=김은지 eunji@donga.com / 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