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단 등단 중국인… 춤추는 래퍼 할아버지… 대학 졸업식장 이색 졸업생들 눈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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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에 등단한 중국인, 70대 중반의 래퍼 할아버지….’ 교육 수확의 계절인 이 즈음의 대학 졸업식장은 눈길을 끄는 사연들이 줄을 잇는다.

21일 열리는 배재대 학위수여식에서는 국내 최장수 문학단체인 ‘호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중국인 유학생이 공로상을 받는다. 배재대 한국어문학과 박사과정을 마친 왕리췬(王立群·32) 씨가 주인공이다.

중국 산시성 출신인 왕 씨는 지난해 호서문학 여름호에 자작시 5편을 출품해 이 가운데 ‘잠’과 ‘환자’ 2편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이 작가가 중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을 정도로 우리 입과 정서에 닿는 작품들이었다.

왕 씨는 “마음이 시켜서 쓴 글 몇 줄이 큰 상으로 돌아올 줄 몰랐다”며 “한국에서 보낸 10여 년 동안 가장 기쁜 소식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2008년 한국어문학과로 편입한 뒤 한국 현대문학의 바다에 풍덩 빠졌다. 이화여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중국 웨이난사범대 교수로 임용돼 한국어를 가르쳤지만 한국 현대문학에 대한 갈증은 깊어만 갔다. 2016년 배재대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이유다. 왕 씨는 졸업식을 마친 뒤 중국으로 돌아가 다시 후학 양성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5일 열린 한남대 학위수여식에서는 광복 한 해 전에 태어난 임원철 씨(75)가 ‘총장공로상’은 받으면서 도시부동산학과를 졸업했다. 17세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건축자재 생산 일을 하다 65세에 평생교육 시설인 대전 예지중고교에 입학해 공부한 뒤 2015년 대학에 들어왔다.

손주 나이의 학우들과 어울리기 위해 그는 젊은이들의 음악인 랩을 즐겨 들으며 불렀고 랩 동아리(토네이도)에도 들어가 활동했다. 그 덕분에 각종 TV 방송에도 출연해 화제의 인물이 됐다. 임 씨는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시간에 학우들이 쫓기며 시험지에 써내려가는 딱딱딱! 펜 소리는 제겐 희망의 연주곡처럼 들렸다”고 할 정도로 학교생활을 즐겼다. 재학 기간 매달 5만 원씩의 장학금을 꼬박꼬박 내놓기도 했다.

다음 도전 목표는 전국을 일주하며 자유여행을 하는 것이라는 그는 “세상은 도전하는 무대 같다. 부딪쳐 보며 성공할 때 희열을 느낀다. 여생을 보다 즐겁게 더 부딪쳐 보겠다”고 말했다.

15일 상지대 학위수여식에서는 경영학과를 79세로 졸업한 장일남 씨를 비롯해 9명이 만학도상을 받았다. 장 씨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성적을 줄곧 유지해 주변의 귀감이 됐다.
 
지명훈 mhjee@donga.com·이인모 기자
#배재대#한남대#왕리췬#임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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